회사에 갓 입사한 20대들 사이에서 '은퇴 달력'이 신(新)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다. 은퇴 달력이란, 취업에서부터 인생 정년에 이르기까지의 평균 기간인 45년을 주요 시기별로 나눈 뒤 그때마다 꼭 해야 할 재테크 행동 강령들을 담아두는 일종의 미래 계획표다. 마치 기업들이 10~20년 앞을 내다보고 장기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처럼, 요즘 젊은이들은 입사 통지서를 받자마자 은퇴 달력을 만들어 보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은 "은퇴 달력은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조기퇴직 불안감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재테크 풍속도"라고 말했다. 다음은 직장인들이 앞으로 겪게 될 인생 대전환점에서 꼭 체크해야 할 주요 포인트다.

그래픽=신용선 기자 ysshin@chosun.com

①취업:고금리 월급통장에 탑승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에서 크게 '취업→결혼→출산→은퇴'로 이어지는 4대(大) 전환점을 맞이한다. 은퇴 달력도 이런 흐름에 따라 작성하면 된다. 우선 25~26세에 취업을 하면서 맞게 되는 전환점에선 3가지 필수상품에 서둘러 가입해야 한다. 유지송 신한금융투자 차장은 "취업 전은 먹고살 준비를 하지만, 취업 후엔 먹고 살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고금리 월급통장을 만들어 이자를 더 챙기고, 회사의 퇴직연금 제도를 확인하고,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②결혼·출산:안전판으로 위험 대비

결혼을 하고 나서 첫 아이가 태어나면 가장(家長)들의 마음은 조급해진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돈 나갈 곳은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은 "가정을 꾸리고 나면 노후 대비용인 개인연금저축과 병원비를 보장해 주는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며 "보험은 10년 이상 장기로 유지해야 하는 만큼, 꼭 필요한 보장 내용만 골라 신중히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연금저축과 같은 절세형 상품은 10년 이상 유지해야 하는 데다 55세 이후에나 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은 필요 없다고 느낄 수 있다. 양승익 KB자산운용 팀장은 "절세형 상품은 나중에 연봉이 올라갈수록 절세 효과가 커질 뿐 아니라, 장기주택마련저축처럼 한시적으로 판매되다가 사라질 수도 있으니 일단은 관심을 갖고 가입해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근 '반값 등록금'이 사회적인 논란이 될 만큼, 대학 등록금 부담이 매년 커지고 있다. 김동엽 센터장은 "출산이 늦어지면서 자녀가 대학을 입학하기 전에 부모가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혼 부부는 자녀 출산 시점에 대학 학자금용 계좌를 만들어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③은퇴:연금으로 월급 받기

27일 하나HSBC생명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노후 생활은 바로 배우자와의 세계여행이었다. 이해욱 KT 전(前) 대표는 공직에서 은퇴한 뒤 배우자와 함께 전 세계 192개국 땅을 밟아 많은 직장인들에게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이 전 대표는 건물을 세놓고 받은 월세로 세계 일주 여행비를 충당했다고 한다. 매달 일정액의 월세가 나오는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은 모든 봉급 생활자의 로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익형 부동산은 경기가 나빠지면 월세가 잘 들어오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하고, 세입자들의 불편을 해결해주려면 발품도 팔아야 해서 '밑지는 장사'가 되기 쉽다. 현재 가진 돈을 몽땅 쓰면서 여생을 편하게 보내고 싶다면 '일시납 즉시연금'을 활용하면 된다. 일시납 즉시연금은 목돈을 넣어둔 뒤 바로 다음 달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단 중도해지하게 되면 원금을 손해 볼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Snapshot] 입사한 그날부터 '은퇴 달력'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