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식당들이 음식값을 올리는 것은 자주 볼 수 있지만 값을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동네 물가가 오르기만 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①실질적 담합…가격 경쟁이 없다

전문가들은 음식점과 미용실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동네 상권에도 보이지 않는 담합 구조가 있어 실질적인 가격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서울 종로구에서 김치찌개집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손님들을 위해 소주를 100원이라도 싸게 판다면 난리가 난다"고 했다. 혼자만 값을 내렸다가는 주변 상인들로부터 거세게 항의를 받기 때문에 비슷한 가격에 판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 조사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자영 음식점의 경우 전국적인 영향이 적어 조사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말해 사실상 손 놓고 있음을 시사했다.

작년 12월의 '통큰치킨' 사태도 마찬가지다. 동네에서 마리당 1만3000~1만8000원 정도인 튀김닭을 롯데마트가 마리당 5000원에 판매했다. 하지만 동네 치킨점들의 반발로 통큰치킨의 판매가 중단됐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한다는 정부 정책이 결과적으로 동네 물가를 낮출 기회를 놓치게 했다"고 말했다.

②서비스 임금이 쉽게 내려가지 않아

최근 원자재나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데도 외식비가 오르는 현상에 대해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서비스 업종의 임금 구조에도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느리게 개선되는 반면, 임금 수준은 제조업과 비슷하게 상승해 결국 서비스업 가격이 제조업 상품보다 빠르게 상승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자영업자인 식당 주인이 음식값을 올리는 것은 자신에게 매기는 임금을 올리는 의미가 있다"며 "가만 있으면 다른 물가가 올라 실질 임금이 감소하므로 본인에게 적정한 임금을 주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을 부르고 이것이 다시 물가 상승을 부르는 '임금과 물가의 순환상승(wage price spiral)'이 높은 음식값의 원인이 된다는 이야기다.

③'물가가 떨어진다'고는 생각 안 해

이웃 음식점이 가격을 올리면 손님들이 자신의 음식점으로 옮겨올 것으로 예상하는 게 정상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 유명 음식점이 가격을 올리면 동종 업종의 다른 가게들까지 덩달아 값을 올린다.

물가의 '하방 경직성'은 우리나라 모든 물가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획재정부가 OECD 자료를 토대로 2000~2009년 물가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물가는 상승기에 비해 하락기에 변동폭이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했다. 반면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은 물가 상승기와 하락기의 변동폭이 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