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가의 아름다운 형제 경영도, 검찰 고소 사태로까지 비화한 형제 간 분쟁의 씨앗도 모두 4형제가 맺은 경영 합의서에서 비롯됐다.

◆ 금호가의 형제 경영 승계 과정

창업자인 박인천 회장 작고 이후 1984년 장남인 박성용 씨가 금호그룹 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예일대 박사 출신으로 대통령 비서실 경제비서관, 경제기획원 장관 보좌관,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등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한 박 회장은 금호그룹의 토대를 닦았다. 박성용 회장은 65세가 되던 1996년 그룹 창사 50주년을 맞아 그룹 경영권을 동생 정구 씨에게 넘겼다.

박정구 3대 회장은 IMF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으며, 금호그룹의 사업 다각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02년 박정구 회장은 65세 나이에 폐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에 따라 경영권은 3남인 박삼구 현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에게 이양됐다.

장남 박성용 명예회장도 차남 박정구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3년 후인 2005년에 사망했다.

◆ 공동경영 합의서의 수정 과정

박성용 명예회장은 3대 박정구 회장이 작고한 2002년 금호그룹 대주주 간 경영참여 및 재산관리 합의서를 주선하게 된다. 합의서에는 ▲4형제가 주식을 균등하게 보유한다 ▲임기는 10년, 정년은 65세로 정한다는 등의 지침이 포함돼 있다. 모두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들이었다.

그러나, 3대 회장이었던 박정구 회장에 이어 2대 회장이었던 박성용 회장이 세상을 떠난 2005년 이후 금호그룹의 공동 경영합의서는 세 차례에 걸쳐 수정된다. 일부 조항이 삭제됐고 일부 조항이 추가됐다.

2005년 합의서에는 이른바 '65세 룰' '10년 임기' 등 회장 정년 조항이 삭제됐다. 그룹 회장을 4가계가 합의해 추대하고 4가계 의견이 엇갈릴 때는 다수결의 원칙과 연장자의 의견에 따르도록 했고 2006년 합의서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500년 항구적인 존속을 위해 그룹을 분할하거나 해체할 수 없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2008년 합의서(안)에는 합의서를 위반할 경우 소유한 주식에 해당하는 금액 50%를 다른 가계에 보상한다는 조항이 새로 포함됐다.

수정 조항을 둘러싸고 3남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과 4남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미묘한 시각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서가 수정될수록 두 회장 사이에 이견이 증폭됐다. 2008년 합의서에는 박찬구 회장이 서명 날인을 하지 않았다.

연장자인 박삼구 회장의 결정권을 강화한 점과 그룹 회장직에 대한 정년 조항을 삭제한 점 등이 동생 박찬구 회장의 불만을 키웠다는 평가다. 당시 그룹 안팎에서는 박삼구 회장 다음은 박찬구 회장이 아니라 박삼구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씨라는 관측이 돌았다. 박세창씨는 오너 형제들의 아들들이 부장급일 당시 상무로 승승장구했다.

◆ 1,2차 형제의 난

2008년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 징후가 나타나자 인수를 반대해왔던 박찬구 회장과 형 박삼구 회장의 대립이 본격화했다. 2009년 6월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대우건설 분리·매각 방침을 발표하자 박찬구 회장은 금호산업과 함께 그룹의 양대 계열사인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집하며 화학 계열사 계열 분리에 나섰다.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그룹의 공격적인 M&A에 우려감을 표시했던 박찬구 회장이 대우건설 매각 방침을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그룹 분할을 주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박찬구 회장이 단독 행동에 나서자 박삼구 회장도 그룹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동생이 형제간 황금지분율(10.01%)을 깼다며 이사회를 통해 박찬구 회장을 해임시키고 자신도 동반 퇴진했다. 1차 형제의 난이다.

박찬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은 불명예 퇴진 8개월만에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복귀했고, 박삼구 회장도 1년만에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으로 복귀했다.

올 4월 검찰이 금호석유화학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다시 2차 형제의 난이 불거졌다. 검찰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박찬구 회장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자, 금호석유화학 측은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제보로 수사가 시작됐다며 반발했다. 최근엔 박찬구 회장 측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근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는 등 2차 형제의 난이 본격화했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아시아나 그룹 산하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계열 분리해 줄 것을 공정위에 신청하는 등 그룹 분할 작업에 나서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각종 사태 일지>

▲2005년 12월

공동경영합의서에 65세 조항, 임기 10년후 승계 조항 삭제


▲2006년 12월
대우건설 인수 계약 체결

▲2008년 3월
대한통운 인수 계약 체결

▲2009년 6월
대우건설을 그룹에서 분리, 매각 결정 발표
박찬구 석유화학 회장이 석유화학 지분 매집

▲2009년 7월
박삼구, 박찬구 회장 동반 퇴진 발표

▲2010년 3월
박삼구, 박찬구 회장 경영일선에 복귀

▲2011년 4월
검찰, 박찬구 회장 비자금 의혹 관련 수사

▲2011년 6월
박찬구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근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
금호석유화학, 그룹 계열 분리 요구 기각 결정에 공정위 행정소송 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