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고층건물은 기술적인 측면에선 우수해요. 그러나 건물 모양은 너나 할 것 없이 네모 반듯한 상자형입니다."

초고층 빌딩은 일반적으로 50층 이상에 높이로는 지상 250m 이상 건물을 말한다. 초고층건물 분야의 세계적인 설계 디자이너 지니 갱(Gang) 갱 스튜디오 대표가 최근 방한했다. 지난 20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빌딩에서 열린 '초고층학회(Council on Tall Buildings and Urban Habitats, CTBUH)' 참석차 방한한 그는 "한국에 기술 측면보다는 디자인 측면에서 훨씬 더 흥미로운 초고층건물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고층건물 설계 디자이너 지니 갱(Gang)씨는 “한국 초고층건물은 기술적으로는 아주 우수하지만, 디자인이 천편일률적인 것이 흠”이라고 평했다.

초고층학회는 미국 시카고에 본부를 둔 세계 초고층건축물 전문가들의 모임으로, 20개국에 30여만명의 전문가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우리나라에선 2008년 한국초고층학회가 창립됐다.

"초고층건물은 제한된 땅에 집적도를 높여 좁은 도심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도움을 주죠. 그래서 연구가 필요해요." 예를 들어 '63빌딩' 같은 초고층건물을 지어 이 안에 주거·상가를 입점시키는 대신 63빌딩 연면적(건물 각층의 넓이를 전부 합한 면적)만한 규모의 평지에 집과 상가를 만들려 한다면, 제한된 국토가 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논리다.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는 것도 초고층건물의 장점이다. "초고층 건물은 동선(動線)을 단축시켜 자동차 배기가스 등 환경오염 물질을 줄여줍니다. 최근엔 빛은 투과시키지만 열은 투과시키지 않아서 열효율이 높은 로이(low-e) 코팅 유리 같은 특수 유리와 햇빛 차단(sun-shading) 장치가 된 초고층건물도 많아요. (보통유리가 아닌 에너지 절감용 특수유리를 쓴) 이런 건물은 내부가 덥지 않아요. 또 태양열을 이용할 수 있으니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죠."

그렇다면 초고층 건물을 지을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도시 이미지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최소한 해치지는 않으면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건물을 디자인하는 것이죠. 실제론 참 어려운 작업입니다."

지니 갱(Gang) 갱 스튜디오 대표가 설계한 시카고의 높이 274m짜리 초고층 건물 ‘아쿠아 타워’. 석회암 빛을 띤 흰 색깔과 물결 무늬로 시카고의 특징을 상징화했다.

갱 스튜디오가 설계한 시카고의 대표적 초고층건물 '아쿠아 타워(82층, 274m)'는 독특한 하얀 색조와 물결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미시간 호수·바람·비바람의 풍화 작용을 받은 석회암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또 건물 각층마다 돌출된 발코니에서 바깥 경치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그에게 물었다. '세계에서 제일 훌륭한 초고층건물은?'

"뉴욕타임스타워예요. 로이 코팅 유리와 세라믹 햇빛 차단장치를 적용해 에너지 절약에 신경을 많이 썼죠. 두바이 '버즈칼리파' 등 화려한 초고층건물은 많지만, 뉴욕타임스타워처럼 디자인과 지속가능성 두 분야에서 모두 탁월한 건축물은 드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