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바퀴벌레가 한반도를 점령하고 있다. 일본 동북부 지방이 원산인 일본바퀴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주로 발견됐던 ‘독일 바퀴’보다 2배 가량 크다. 일본바퀴의 습격은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다.

16일 생활환경 위생업체 세스코는 “2009년 이후 일본바퀴 서식률이 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반도 기온이 상승하면서 전체 바퀴벌레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일본바퀴는 전체 평균보다 훨씬 증가율이 높아,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일본바퀴는 몇 년 전만 해도 중부지방 일부에만 서식했으나, 2009년을 기점으로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일본바퀴의 모습

물론 아직까지 국내 바퀴벌레의 주류는 독일산이다. 개체수가 많은 4종류(독일바퀴, 일본바퀴, 미국바퀴, 먹바퀴) 중 독일바퀴가 2010년 기준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한다. 일본바퀴는 전체의 9% 정도였다.

문제는 최근 일본바퀴의 급증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매년 50% 이상 늘어나는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산술적으로 2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독일바퀴를 대신해 일본 바퀴가 우리나라의 ‘대표’ 바퀴벌레가 될 수 있다.

일본바퀴 증가의 원인으로는 한반도 온난화가 지적되고 있다. 일본바퀴는 실내뿐 아니라 실외에서도 서식하며 실외종은 동면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의 겨울이 짧아지고 기온이 올라가자 실외 바퀴들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살아남는 일본바퀴의 수도 증가하는 것이다.

세스코는 “일본바퀴들은 주로 외부에 살며 음식이나 물을 구하러 실내로 들어오기 때문에 경로를 막는 데 신경써야 한다”고 했다. 실내 바퀴를 모두 퇴치했다고 해도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일본바퀴는 화분 등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실내 정원 등을 꾸밀 때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바퀴벌레는 엄청난 생존능력을 갖고 있다. 미국 검은 집바퀴에 대한 디트로이트 생체과학 연구소의 실험결과, 위험에 처했을 때 바퀴벌레는 상상할 수 없는 능력을 발휘한다. 순간 시속이 150km까지 올라가며 일시적으로 아이큐가 340 이상으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시스코 관계자는 “흔히 큰 바퀴가 멍청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라며 “서식지나 사는 기온의 차이가 바퀴 개체 수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와 같은 추세라면 덩치 큰 일본바퀴가 대세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