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보다 싼 한우(1등급 등심)가 등장했다. 2년 전만 해도 최고급품 경매가격이 마리당 1200만원을 호가하며 '금값' 대접을 받던 한우가 왜 이런 처지로 전락했을까.

이마트는 4일부터 전국한우협회와 함께 한우 1등급 등심 55톤(t)을 100g당 3220원에, 한우 국거리·불고기 150t을 100g당 1960원에 판매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KB국민카드 또는 삼성카드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판매가는 정상가보다 30%가량 낮춘 것인데, 이는 백화점의 일반 돼지고기 삼겹살(100g당 3290원)·흑돼지 삼겹살(100g당 3600원)보다 낮은 것이다. 최근 한우국거리·불고기 등 비선호 부위가 삼겹살 가격과 역전된 적이 있지만,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고급육류인 한우 1등급 등심과 삼겹살 가격이 역전된 건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구제역 살처분에도 한우 사육 두수(마릿수)는 크게 줄지 않아

최근 한우 가격이 이렇게 떨어진 것은 2~3년 사이 국내 축산 농가의 사육 두수가 사상 최대로 증가했지만 구제역 살처분 물량은 비교적 적었기 때문. 보통 사육 두수가 240만~250만 마리였는데 2009~2010년 사이 280만~290만 마리로 증가한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허덕 축산관측팀장은 "구제역 때문에 11만4000마리가 매몰 처분됐음에도 지난 3월 한육우 사육 마릿수는 전년보다 6.5% 증가한 288만 마리"라며 "올 6월과 9월 한육우 사육 마릿수는 전년보다 3~4% 늘어 303만~304만 마리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우 가격이 오르면서 '돈'이 되기 때문에 농가에선 한우를 많이 키우게 된 것이다. 전국한우협회 장기선 국장은 "한우 가격이 이렇게 내려간 건 지난 10년 이래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우는 보통 30개월 정도에 도축하는데 3개월 정도는 더 키워도 품질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것이다. 출하 물량이 지연되면서 오는 6~8월 도축 마릿수는 전년(15만8000마리)보다 21.7% 증가한 19만2000마리가 될 전망이다.

한우 소비는 줄고, 수입산 쇠고기는 늘어 한우 농가 울상

소비가 부진한 것도 한우값 하락의 또 다른 원인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구제역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는데도 지난 3~4월 가정 내 쇠고기 구매량은 전년 동기간보다 7.2% 감소한 1.29㎏이었다"며 "소비자 조사 결과 6~8월 한우 고기 소비 의향은 5월보다 10% 줄이겠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호주 청정우' 등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한 수입산 쇠고기 소비는 오히려 늘어 한우 농가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올 1~4월 쇠고기 수입량은 전년보다 50.4% 증가한 10만7000t으로 호주 46%, 미국 40%, 뉴질랜드 13% 등이다. 대형마트에서도 수입 쇠고기 매출이 전년대비 30% 이상 늘었다.

한우협회 장기선 국장은 "현재 국내에 암소가 30만두 정도 과잉이어서 그 중 10만두 정도는 없애야 계속된 공급 과잉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