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년차인 회사원 장모(30)씨는 대학 시절부터 사용하던 트위터에 "오늘 야근했더니 피곤하다", "회식 자리가 많아서 힘들다"는 글을 올렸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이 글들이 문제가 됐다. 소속 팀장이 올해 초 장씨를 불러 "회사에 불만이 많으냐. 계속 이러면 인사고과에 반영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했다.

장씨가 모르는 사이 팀장과 팀원이 그의 트위터 팔로어(트위터에 올리는 글을 받아 보는 사람)로 등록해 그가 올리는 모든 글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장씨는 "회사 동료 앞에 발가벗고 서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트위터나 싸이월드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놀이'가 됐지만, 개인 정보와 사생활이 공개되면서 언제라도 집단 따돌림이나 명예훼손에 악용(惡用)될 수 있는 위험은 커졌다.

국내 SNS 가입자는 싸이월드 2500만명, 카카오톡(스마트폰 메신저서비스) 1300만명, 트위터 321만명 등 대표적인 5개의 SNS만 합쳐도 5023만명에 달한다.

누구나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시민(본 기사와는 관련없음)

"오늘 밤에 한번 보자. ×같은 ×."

아이폰을 사용하는 회사원 이모(여·26)씨는 이달 초 '후즈 히어(Who's here)'라는 애플리케이션(스마트폰 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을 설치한 이후 난데없는 욕설 메시지를 받았다. 정체불명의 한 남성이었다. 이 앱은 나이·연락처·직업 등 개인 정보를 올려놓으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현재 위치도 알려줘 즉석 만남도 가능하다. 화가 난 이씨도 욕설로 응수했다. 그러자 "너 지금 여의도지. 당장 가겠다"는 답신이 왔다. 이씨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곧바로 그 앱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26)씨는 작년 12월 도서관에 늦게 오는 친구를 위해 좌석 3개를 잡아 두었다가 A씨와 말다툼을 했다. 다음 날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최씨의 학번·학과명과 함께 "도서관 좌석을 독차지한 무개념 인간"이라는 비방 글이 올라왔다. '무뇌아' '공공의 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댓글들이 급속도로 쌓여갔다. 최씨가 책 표지에 무심코 써둔 인터넷 아이디 하나로 A씨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이트를 뒤져 최씨 개인정보를 찾아낸 것이다. SNS에 무심코 올린 개인정보가 인신공격의 통로가 된 것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관음증과 노출증이 뒤섞여 만든 SNS 열풍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SNS에 몰입하고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 박진생 박사는 "SNS가 인기를 끄는 심리적 배경에는 자신을 드러내서 주목받고 싶은 '노출증'과 다른 사람의 생활을 들여다보고 싶은 '관음증'이 있다"고 말했다.

미니홈피 자료사진(본 기사와는 관련없음)

관음증의 대표적인 사례가 헤어진 애인의 미니홈피나 페이스북을 찾는 것이다. 직장인 심모(여·32)씨는 1주일에 한두 번꼴로 옛 애인인 박모(35)씨의 미니홈피에 접속한다. 심씨는 "딱히 감정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한지, 아직도 날 그리워하는지 궁금하다"며 "그 사람도 내가 가끔 홈피에 들어오는 것을 아는 것 같지만, 개의치 않고 글과 사진을 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SNS를 통해 온라인에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성과주의'로 평가하는 심리도 있다. "사람들과 열심히 관계를 맺고 있다"는 심리적 위안을 얻기 위해 메시지나 방문자의 댓글, 친구(일촌·一寸 등)의 수 등 숫자로 바로 확인되는 SNS에 기댄다는 것이다. 명지대 문화심리학과 김정운 교수는 "SNS는 현대인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NS는 공적(公的) 공간인데도 이용자들이 사적(私的) 공간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문화사회학)는 "SNS에 올린 정보와 글은 언제라도 공론화될 수 있다"며 "SNS에서 명예훼손이나 범죄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도 공적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NS)

인터넷상에서 친구나 동료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과도 관계를 맺고 인맥을 쌓을 수 있는 서비스.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같은 휴대용 장치와 결합돼 사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전 세계 SNS 이용자 수는 15억명에 달한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한 'SNS 효과']

☞ 조선닷컴 페이스북에서 이 기사의 의견을 말해주세요
☞ '와글와글' 조선닷컴 트위터에 참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