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작년 10월부터 올해 5월 초까지 무역거래 결제를 처리하면서 원화를 결제 통화로 사용한 규모가 3조90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무역거래를 할 때 원화를 쓰는 은행이 거의 없었는데 시중은행 한 곳의 원화 결제가 이렇게 폭증한 겁니다. 보통 우리나라가 국제 무역거래에서 쓰는 화폐는 달러나 유로 같은 선진국 통화입니다. 우리 원화가 갑자기 이런 반열로 뛰어오른 걸까요?

사실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답은 뜻밖에도 '이란'입니다. 우리은행의 원화 결제 실적이 늘어난 것은 작년 10월부터 이란과 무역거래를 결제할 때 100% 원화를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란은 작년 9월 미국으로부터 테러 지원국으로 지목된 뒤 국제 사회에서 금융거래를 금지당하는 제재를 받아 어느 나라하고든 달러나 유로로는 거래를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란은 이런 규제를 피하는 수단으로 원화를 선택한 겁니다. 주로 우리 기업이 원유를 수입할 때나, 수출 대금을 받을 때 원화가 사용된다고 합니다. 원화 결제가 늘어난 것은 '이란 풍선효과' 때문인 셈입니다.

이란과의 원화 무역 거래가 원화의 국제화에 도움이 될까요? 외환 전문가들은 그렇게 연결시키긴 무리라고 말합니다. 이란을 뺀 시중은행의 무역거래 원화 결제는 모두 합쳐봐야 200억원도 안되는 게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