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이면서도 '만년 적자 기업'이란 비판을 받아오던 미국의 유튜브(YouTube)가 드디어 올해 처음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동영상 광고 수입이 크게 늘어난 데다 기술 발달로 인해 장비 가격이나 운영비용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구글에 인수된 지 5년 만에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떠오른 유튜브 본사를 방문해 성공의 비결을 취재했다.

◆'돈 먹는 하마'에서 황금알 낳는 거위로 변신 중인 유튜브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은 지난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된 유튜브를 인수하느라 16억5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라는 거액을 치렀다. 이후 몇 년간 유튜브는 돈 먹는 하마였다. 막대한 인터넷 사용료와 서버 관리 비용으로 적자가 쌓여갔다. 사용자들이 올리는 동영상이 급증하면서 서버를 계속 증설해야 했지만 광고 수입은 턱없이 적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유튜브가 창밖으로 돈을 내던지고 있다"는 농담이 나돌았다.

그러나 작년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 경기가 호전되면서 유튜브의 광고 수입도 급증하기 시작한 것. 적자를 보면서도 꾸준히 서비스를 개선해 동영상 업계의 독보적 1위를 유지해온 효과가 영업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유튜브가 매출 11억달러에 순이익 7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브루노의 유튜브 본사안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수시로 직원들의 공연과 모임이 열린다.

유튜브는 경영 실적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샌 브루노에 있는 유튜브 본사에서 만난 톰 피켓 콘텐츠 운영담당 임원은 "하루 20억명이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한다.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광고 수입은 3배 늘었다"면서도 구체적인 매출과 이익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는 이용자 가운데 수백명이 연간 1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며 "이런 숫자가 바로 유튜브의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보여주는 척도"라고 말했다.

최근 유튜브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예를 들어 유튜브는 최근 '넥스트 업'이란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좋은 동영상을 올리는 사람을 투표로 선정해 3만5000달러의 상금을 주고 전문 영상제작 교육도 받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피켓 임원은 "우선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전 세계로 수혜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거대한 구글 내부에서 발 빠른 벤처기업을 지향

유튜브에 입사하면 모기업인 구글 직원과 같은 사원증, 입사 순서에 따른 사원번호를 받는다. 명함에는 구글 로고가 찍혀 있다.

그러나 유튜브 직원들은 "우리는 구글과 다르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박현욱 글로벌 프로덕트 마케팅 총괄 상무는 "구글은 이미 안정화 작업이 끝난 조직이지만 유튜브는 이제 시작하는 회사여서 모험이나 각종 실험에 훨씬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벤처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구글 본사와 달리 유튜브는 새로운 도전을 계속 하는 벤처기업이란 뜻이다.

존 하딩 엔지니어링 총괄 임원은 "조직이 비대해지면 위험을 피하기 위해 제품 개발과 출시가 느려진다"며 "스피드와 도전 정신이 유튜브의 제일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통 한 달 정도가 걸리던 제품 개발과 출시 일정을 최근에는 일주일로 줄였다"면서 각종 신기술과 서비스 출시 일정표가 담긴 노트북을 공개했다. 주 단위 개발계획과 신규 서비스 출시 일정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노트북 사진을 찍으려 하자 그는 황급히 노트북을 닫으며 "우리가 운영하는 서버 숫자나 비용, 개발계획은 모두 대외비"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 내에서 늘 100~200개의 새로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사무실 한가운데는 맥주부터 심지어 보드카와 위스키 같은 술을 마실 수 있는 바(Bar)가 있었다. 근무 시간에도 일하다 말고 사무실에서 공짜로 술 한잔을 기울일 수 있다. 본사 건물에 있는 수영장이나 체육관, 인공 암벽 같은 시설도 언제나 원하면 사용할 수 있다.

스스로 정하거나 조직이 준 목표만 달성한다면 무엇을 하든지 아무도 참견하지 않는다는 게 유튜브의 철칙이다. 직장이 곧 놀이터인 셈. 그러나 그런 시설을 제대로 즐기려면 그에 걸맞은 실적을 내야 한다. 어디를 가도 '공짜 점심'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