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샤오원 MS 아시아연구소 소장

스마트폰의 검색창에 동그라미 2개를 그렸다. 잠시 뒤 바퀴 달린 자전거, 사과 꾸러미 등 동그라미가 들어간 정보가 화면에 차례대로 나타났다. 키보드로 검색어를 입력할 필요 없이 그림만 그려도 자동으로 관련 정보를 찾아주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검색기술 '제스처(gesture·몸짓동작) 검색'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MS 아시아연구소의 홍 샤오원(洪小文·사진) 소장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대만 출신인 홍 소장은 MS가 보유한 최고의 연구자 그룹인 특훈과학자(Distinguished Scientist) 20여명 중 1명이다.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5년 MS에 입사해 검색기술센터 설립을 주도하고 검색엔진 '빙' 개발에 참여했다.

홍 소장은 "제스처 검색의 기술개발은 거의 끝난 상태"라며 "구체적인 상품화 시기를 협의 중인데, 조만간 모바일과 PC 모두에 제스처 검색이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이 연구소는 미국·영국·인도 등에 있는 MS의 6개 연구소 중 하나로 220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 1998년 설립된 이래 1000건 이상의 기술특허를 확보했으며, 3000건 이상의 논문을 발표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동그라미 2개 그리면 자전거·사과 등 정보 제공
'제스처 검색' 상용화 눈앞


이 연구소는 MS가 작년 말 출시한 동작인식 게임장치 '키넥트'의 핵심기술인 '사용자 인식' 기능을 개발했다. 게이머가 게임기 앞에 다가서면 얼굴은 물론 팔·다리 길이와 의상을 파악, 사용자 정보를 불러온다. 비디오게임기 X박스에 연결해 사용하는 동작인식 게임장치 '키넥트'는 출시 4개월 만에 전 세계에서 1000만대가 팔려나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키넥트에 들어간 동작인식 기능이 앞으로 게임기 외에 TV·스마트폰·태블릿PC 등에도 사용될 것입니다. 신기한 기능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동작인식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게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입니다."

이 기능을 확대 적용한 것이 바로 제스처 검색이다. 홍 소장은 "요즘은 차세대 검색 기술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MS가 지난 2009년에 내놓은 검색엔진 '빙'은 아직까지 사용자가 많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 검색시장 1위 업체 구글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검색 방식은 문자 입력에서 음성 인식으로 발전했고, 검색 도구는 PC에서 모바일기기로 확대됐어요. 다음에 나올 검색기술은 사람들이 머리에 떠오른 그림을 그리면 관련된 정보를 모조리 찾아주는 제스처 검색이 될 겁니다."

그는 "사용자들이 키보드로 검색어를 입력하는 방식만으로는 답답함을 느낀다"며 "문자 입력과 제스처를 적절히 조합하면 검색의 정확도를 지금보다 훨씬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우리 연구소에는 기술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언제까지 끝내야 한다는 기한(deadline)이 없다"며 "기괴한(crazy) 아이디어라도 혁신적이고 상품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MS의 연구철학"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