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인터넷 업체인 미국 구글이 11일(현지시각) PC업계의 '제왕' 마이크로소프트(MS)에도 전쟁을 선포했다. 구글은 전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분야에서 글로벌 10개 기업과 '연합군'을 구성해 1위업체 애플을 꺾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구글발(發) 세계대전이 글로벌 IT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구글의 세계제패 전략에는 삼성전자가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참가하고 있다. 삼성은 애플이나 MS와도 중요한 사업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삼성은 이들 회사와 각종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구글을 대안(代案)으로 삼는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회의’에 참석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행사 도중 휴식 시간을 이용해 개인용 노트북으로 각자 일을 보고 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구글의 새 PC운영체제 크롬(Chrome)은 MS 윈도보다 훨씬 안전하고 쓰기도 쉽다"고 주장했다. 크롬을 설치한 노트북PC는 인터넷을 통해 구글 서버에 자료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내려받아 쓰는 구조다. 컴퓨터가 고장 나서 먹통이 된다고 해도 중요한 데이터를 날릴 일이 없다.

브린은 "크롬 노트북은 구조가 간단하고 복잡한 전자부품이 필요 없어 값도 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만드는 크롬 노트북 가격은 429달러(약 46만원)로 정해졌다. 대만 에이서 제품은 이보다 싼 349달러(38만원)다. 500~1000달러가량 하는 윈도 노트북보다 저렴하다.

윈도는 신제품이 나오면 프로그램을 사서 몇 시간씩 걸려서 새로 설치해야 했다. 하지만 크롬 노트북은 구글이 온라인으로 운영체제를 항상 최신 상태로 유지 관리해준다. 사용자가 돈과 시간을 들여 별도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문서작성·프레젠테이션·표계산 같은 업무용 프로그램도 구글에서 공짜로 제공한다.

크롬 노트북은 배터리 수명도 긴 편이다. 삼성전자 제품의 경우 한번 충전하면 8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구글은 기업과 공공시장에도 진출할 욕심이다. 브린은 "기업에서 직원 1인당 한 달에 28달러만 내면 노트북과 업무용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같은 교육기관은 월 20달러에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3년간 사용하면 노트북을 신형으로 바꿔준다. MS 윈도와 오피스 프로그램 구입비만으로 수백달러를 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솔깃한 제안이다.

그렇다고 구글 크롬의 앞길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현재 MS 윈도에서만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나 게임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구글 노트북에서는 MS워드 대신 '독스' '포토샵' 대신 '피카사'처럼 기능이 비슷한 구글 프로그램을 써야 한다.

사용자들이 중요한 자료를 구글의 서버컴퓨터에 보관하는 것을 꺼릴 수도 있다. 기업의 기밀 정보까지 모두 구글이 들여다볼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점은 크롬 노트북을 보급하는 데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브린은 "자체 조사 결과 기업 사용자의 70% 이상이 크롬 노트북을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으로 나타났다"고 장담했다. 만약 구글의 의도대로 크롬이 인기를 끈다면 MS 윈도의 20년 독점이 깨지는 셈이다.

구글의 전략에는 세계 최초로 크롬 노트북을 출시하기로 합의한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는 삼성 갤럭시S에 사용되면서 시장점유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안드로이드가 시장에 안착하는 데는 삼성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감사를 표시한 바 있다.

양사의 밀월관계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삼성은 구글 소프트웨어로 작동하는 캠코더 등 다양한 가전제품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10일에는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에 참석한 5500여명 전원에게 최신형 태블릿PC '갤럭시탭10.1'을 선물하면서 끈끈한 의리를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