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 등이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해온 사실이 알려져 사생활 침해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사용자들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왜 감시하느냐"며 불쾌한 반응을 보인다.

Q. 위치정보 수집은 이번에 새로 밝혀진 것인가?

A. 아니다. 이동통신사들은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기지국을 통해 통신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자가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를 분초(分秒) 단위의 시간과 위도·경도로 파악한다. 스마트폰이 기지국과 주고받은 교신내용을 이용해 위치정보를 모은다. 이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스마트폰에는 인공위성과 교신해 위치를 파악하는 GPS(위치정보시스템) 칩도 들어 있다. GPS 방식은 오차 범위가 약 30m 이내여서 이를 활용하면 더 정확한 위치정보를 구할 수 있다. 아이폰 사용설명서에는 'GPS 칩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위치정보를 주기적으로 수집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용자 모르게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에 위치정보가 저장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한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대만 등이 애플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에 있는 KT 지사에 전시돼 있는 아이폰 4의 모습.

Q. 그런데 왜 문제가 됐나?

A. 애플은 사용자가 있는 곳의 위도와 경도가 1초 단위로 상세히 기록된다는 사실까지는 알리지 않았다. 게다가 애플은 작년 6월 아이폰의 새 운영체제 'iOS 4.0'을 내놓은 뒤 지금까지 10개월 동안 방대한 위치정보를 아이폰 안에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과 달리 암호화 처리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스마트폰이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면 개인의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애플은 본사 서버에 몇달치의 정보를 저장했는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Q. 그동안은 과거 어느 시점에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없었나?

A. 있었다. 경찰은 실종사건 등 범죄수사를 할 때 위치정보를 활용해왔다. 법원의 허가를 얻어 통신사에 협조요청을 하고 실종자의 휴대폰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장소 주변을 탐문해 단서를 찾아내는 식이다. 추적 중인 용의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도 사용한다.

Q. 통신사나 수사기관이 하는 것은 괜찮고, 애플·구글이 사용하면 문제가 되나?

A.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신청을 받을 때 위치정보 수집사실을 알리고 엄격하게 관리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회사나 포털까지 이런 정보를 수집한다는 사실은 일반인이 잘 몰랐기 때문에 불안감이 커졌다.

Q. 애플 같은 스마트폰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모든 아이폰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알 수 있나?

A. 알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사용자의 위치정보만 따로 파악해서 마케팅 활동 등에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예를 들어 '현재 청계광장에 있는 사람이 50명이다'는 식의 정보를 모으는 것은 되지만 '홍길동이 어제 오후 2시에 청계광장에 있었다'는 식으로 저장하면 안 된다. 애플·구글은 "위치정보 수집은 하되 그게 누구의 위치인지 모르게 익명으로 처리한다"고 해명한다.

Q. 이들의 해명을 그대로 믿을 수 있나?

A.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위치정보 수집활동이 적법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지 애플코리아에 질의서를 보냈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

Q. 미국 등 다른 나라도 이 문제가 심각한가?

A. 미국이나 유럽 같은 나라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매우 중시한다. 미국의 경우 상원의원까지 나서서 애플에 질의서를 보낼 정도로 정치 현안이 돼 있다.

Q.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스마트폰 제조회사도 위치정보를 수집하나.

A. 그렇지 않다.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을 작동하는 운영체제(OS)를 개발한 회사여서 이를 이용해 정보를 자사 서버로 전송받는다. 삼성전자 갤럭시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므로, 위치정보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구글 본사로 전송돼 보관된다. 다만 갤럭시S 전화기 내에 시간순으로 50개의 최신 위치정보가 암호화돼 보관된다.

Q. 내 위치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할 방법은 없나.

A. 현행법상 사용자가 '내 정보는 수집하지 말라'고 요구하면 해당 회사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사용자가 처음에 위치정보 제공에 동의했더라도 언제든지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 애플이나 구글의 한국지사에 전화 등으로 문의하면 절차를 안내받을 수 있다.

Q. 위치정보가 유출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A.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거나 다른 사람이 몰래 가져갈 경우 스마트폰에 저장된 위치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아이폰의 위치정보는 암호화가 안 돼 있어 쉽게 열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심야에 유흥가나 모텔촌 주변에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불륜 혐의로 협박당할 수도 있다. 스팸메일처럼 내가 가는 곳마다 귀찮은 광고공세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Q. 기업은 위치정보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나?

A. 백화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스마트폰에 바겐세일 소식을 알려주거나, 레스토랑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할인쿠폰을 전송해 손님을 끌어들이는 등 다양한 위치기반서비스(LBS·location-based service) 사업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