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절대 흉내(imitate)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모바일 분야의 인텔'로 통하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전문회사 ARM의 CEO(최고경영자) 워렌 이스트(East)는 벤처기업으로 성공한 비결과 한국의 IT(정보기술) 벤처기업에 대한 조언을 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ARM이 개발한 모바일용 중앙처리장치(CPU) 설계기술은 세계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모바일 CPU는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핵심부품으로, 스마트폰 기본 기능과 응용프로그램을 작동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아이폰과 갤럭시S에도 ARM의 설계기술이 들어가 있다. 이 회사는 애플·삼성전자·퀄컴 등에 기술을 제공하고 이들이 파는 반도체 칩 한 개당 평균 7센트(77원)의 로열티를 받는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워렌 이스트 최고경영자가 스마트폰 업계의 협력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이스트 CEO는 "ARM의 비즈니스 모델은 문화·생태계·기술 등 모든 것이 연결돼 형성된 것으로 이런 모델은 오직 우리에게만 적합하다"며 "다른 회사들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방식을 스스로 찾아내야지, 우리를 흉내 내서는 안 된다"고 했다.

PC CPU 세계에서는 인텔이 '제왕'이지만 모바일 시장에서는 ARM이 제왕이다. 인텔은 별 힘을 쓰지 못한다. 이스트 사장은 "ARM은 결코 홀로 맞서지 않고,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파트너사들과 함께 인텔에 맞선다"고 설명했다. ARM은 전 세계에 220여개 회사와 반도체 설계기술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인텔이 ARM을 이기려면 이들 파트너 기업이 내놓는 다양한 제품과 경쟁해서 모두 이겨야 한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의 생명은 빠른 처리속도와 긴 사용시간이다. 사실 이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이다. 데이터 처리속도를 높이면 그만큼 전력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 ARM의 CPU는 인텔 제품보다 훨씬 적은 전력을 소모하면서 거의 비슷한 성능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스트 사장은 "설립 초기부터 전력소모량을 줄이면서 최적의 성능을 내는 것을 목표로 기술을 발전시켜왔다"고 말했다. 애플·삼성전자와도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이스트 사장은 스마트폰 시장이 향후 5년간은 빠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세계의 휴대전화기 10억대 중 3억대만이 스마트폰인데, 5년 후에는 전체 15억대 중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이미 있는 분야만이 아니라 냉장고, 의자, 에어컨 등 여러 가지가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라며 "연간 40억개씩 인터넷에 연결된 화면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