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년제 대학 공대를 졸업한 김모(53)씨는 2년 전 한 중견기업 부장으로 퇴직한 뒤 특별한 직업 없이 쉬고 있다. 재취업이 어려울뿐더러 창업도 만만치 않아 부인이 방문 판매를 해 벌어 오는 150만원 안팎의 생활비로 지내고 있다. 김씨는 "구청 시민교육 같은 걸 들으며 뭘 할 수 있을지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고학력 무직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비경제활동 인구 1639만2000명 가운데 대졸 이상 고학력자는 295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40·50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의 은퇴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만 201만4000명에 이른다.

지난 2001년 1분기와 비교하면 지난 10년 새 비경제활동 인구는 11.7% 늘어난 정도다. 반면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 인구는 같은 기간 79.5% 증가했다. 그 결과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올 1분기에 76.8%를 기록,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2004년부터 80%를 넘어서는 등 고학력자가 늘어난 데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시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0~30대의 비경제활동인구는 2001년보다 3~10% 감소한 반면 50~60대의 비경제활동인구는 30~ 40%씩 크게 증가했다. 이 연령대 인구가 늘어난 데다 은퇴자가 늘어나 경제활동을 하지 않게 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20대 비경제활동인구는 2011년 234만명으로 10년전보다 10.1% 감소했다. 20대 고용률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60%를 밑도는 수준이지만, 20대 인구가 해마다 수만명씩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비경제활동인구는 학교에 다니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10~30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올 1분기에는 10~30대 비경제활동인구(746만2000명)보다 40대 이상 비경제활동인구(893만1000명)가 더 많아지는 역전현상까지 나타났다. 고령화의 단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는 약 4000만명에 달하며 해마다 40만~45만명씩 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용률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해마다 25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야 하는데 획기적인 고용이 창출되지 않는 한 고용시장에 뛰어들지 못하는 비경제활동 인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