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건설사로 꼽히던 삼부토건동양건설산업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란 최악으로 가게 된 결정적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연대보증'이라는 족쇄에 묶여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와 유사한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죄수의 딜레마란 게임이론의 대표적인 예다. 각각 다른 방에 갇혀 조사를 받는 두 범죄자에게 혐의를 자백하는 사람에게 가벼운 처벌을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두 범죄자는 상대가 먼저 자백하는 것을 우려한다. 따라서 끝까지 혐의를 부인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는 길 대신 둘 다 자백해 무거운 처벌을 받는 선택을 하는 상황을 말한다.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은 2006년 4월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사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 4270억원에 대해 각각 2135억원씩 지급보증을 섰다. 양사는 어느 한 회사가 보증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나머지 회사가 채무를 인수하는 연대보증 약정을 맺었다.

이 연대보증이 비극을 불렀다. 양사는 이달 초부터 만기(13일)가 임박한 PF대출 상환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채권단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삼부토건이 만기 하루 전날(12일)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삼부토건측은 "채권단이 담보가 부족한 동양쪽 채무에 대한 추가 담보까지 요구해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깜짝 놀란 채권단은 12일 밤 "르네상스서울호텔(시가 1조원대)을 담보로 내놓으면 만기 연장을 해줄 수 있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삼부토건도 일단 이 제의를 받아들여 법정관리 철회를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이번엔 동양건설산업에서 문제가 터졌다. 삼부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12일 밤 채권단이 모든 거래계좌를 동결한 것. 채권단 생각은 이랬다. 삼부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보증채무를 동양측이 모두 떠안아 자칫 부도나면 채권 보전이 어렵다는 것. 동양도 결국 사흘 뒤인 15일 법정관리 신청 카드를 빼들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만 '독박'을 쓸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동양측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이번엔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철회가 난항에 빠졌다. 채권단과 삼부토건은 6000억~7000억원대 자금 지원에 대해 그동안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채권단 관계자는 "동양쪽 연대보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삼부도 (법정관리) 철회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두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는 게 최선이었지만 결과는 모두 법정관리로 가는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다. 양사의 법정관리가 확정되면 채권·채무 동결로 채권단과 하도급 업체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돼 누구도 이익을 보지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