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서울 서초구 교보타워 뒤편에는 지상 18층 높이의 대형 오피스(사무용) 빌딩이 완공됐다. 하지만 건물주는 사무실을 임대하지 않고 다시 내부 공사에 들어갔다. 이유는 이 건물의 일부(지상 5~18층)를 300여개 객실로 이뤄진 비즈니스호텔로 용도를 변경하기 위해서였다. 이 빌딩 관계자는 "최근 서울 강남 오피스 빌딩에 빈 사무실은 증가하지만 호텔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크게 늘었다"면서 "건물의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으로 일부 층을 호텔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곳곳에서 호텔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그동안 특급 호텔들이 밀집해 있던 서울 도심뿐 아니라 여의도·강남·마포 등 주요 거점마다 호텔이 새로 들어서는가 하면 기존의 대형 오피스 빌딩을 호텔로 바꾸는 모습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내년까지 특급호텔 6개 문 열어

현재 서울에는 내년까지 개관을 목표로 6개 특급 호텔이 공사를 진행 중이다. 대부분 서울 시내에 대형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건물의 일부를 세계 유명 호텔체인에 운영권을 넘기는 방식으로 세워지고 있다.

신축 중인 특급호텔 가운데 2곳은 금융회사가 밀집한 여의도에 들어선다. 내년 상반기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에 '콘래드 서울'이 국내에 첫선을 보이고, 바로 옆 파크원 빌딩에도 '크라운프라자' 호텔이 내년 말 입주할 예정이다. 콘래드 서울은 비즈니스 미팅이 많은 여의도의 특성을 감안해 2770㎡ 규모의 세미나실과 회의실이 마련된다.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에도 '스탠퍼드 서울' 호텔이 둥지를 튼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운영 중인 이 호텔은 지하 5층~지상 13층 빌딩 전체가 호텔로 운영될 예정이다. JW메리어트호텔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주변에서 지상 10층짜리 호텔을 짓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여의도와 마포, 동대문 등에도 최근 비즈니스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특급호텔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특급호텔 간 경쟁이 치열한 도심 이외의 지역에서 호텔 공급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용 빌딩이 비즈니스호텔로 변신

당초 대형 오피스 빌딩으로 지었다가 비즈니스호텔로 탈바꿈하는 사례도 많다. 최근 내수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빈 사무실은 늘어난 데 비해 외국인 방문객은 꾸준히 증가해 비즈니스호텔의 수익률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본계 자산운용사가 소유한 서울 을지로의 '스타 클래스' 빌딩은 지난 3월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3개월 뒤, 사무실로 쓰였던 이 빌딩은 134개 객실로 이뤄진 '라마다 동대문' 호텔로 새롭게 문을 열 예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서울 광화문 옛 금강제화 터에 오피스 빌딩을 세우려던 계획을 바꿔 비즈니스호텔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동산투자정보업체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최근 2~3년간 비즈니스호텔들은 객실점유율이 95%를 넘을 만큼 호황을 맞았다"며 "강남권 오피스 빌딩도 수익률이 연 4~5%를 넘기 힘들지만 호텔은 연 7%의 수익률을 올린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 위한 숙박시설 부족

서울·수도권 곳곳에 호텔이 급증하는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에 비해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 532만명이었던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782만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숙박시설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그러나 한류(韓流) 열풍에 따른 외국인 방문객 증가라는 최근 관광산업의 트렌드만 보고 호텔 공급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날 경우 5~10년 뒤 공급 과잉이 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빌스코리아' 홍지은 상무는 "국내 호텔산업은 중국 관광객 수와 연관된 만큼 이들의 한국 관광 수요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