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오는 24일부터 미국시장에서 3D(입체 영상) TV용 안경(SSG-3100GB) 가격을 100달러에서 50달러(약 5만4000원)로 인하한다"고 8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3D TV를 사면 3D 안경 2개를 무료로 제공한다. 4인 가족이라면 100달러(약 10만8000원)로 3D 안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삼성은 한국에서 비슷한 성능의 3D TV 안경을 개당 12만원에 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부 매장은 7만원에 할인 판매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곧이 믿더라도 미국보다는 20% 이상 비싸다.

왜 한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 한국에서 더 비쌀까. 똑같거나 비슷한 한국 기업 제품을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 등 선진국 소비자들보다 비싼 돈을 지급해야 하는 일이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고도 경제 성장기에 국내 업체들은 한국에서 이익을 내고 해외에서는 저가(低價)전략으로 시장을 넓혀 왔다. 한국 소비자들이 국내 기업의 돈벌이 밑천을 만들어준 셈이지만 '그래도 기술력도 달리고 어려운 해외 영업환경을 감안해 국내 소비자들이 희생할 수 있다'는 공감대는 일부 있었다. 하지만 한결같이 수조원, 수십조원의 이익을 내면서 세계 정상급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최근에도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이런 현상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는 불만이 많다.

다나와닷컴(한국), 아마존(미국) 등 전자제품 유통 사이트에 따르면 LG전자 55인치 3D TV는 한국 판매가가 329만원이지만 미국 판매가는 236만8000원이다. 한국이 39% 이상 비싸다. 삼성전자의 55인치 3D TV도 한국 판매가가 미국 판매가보다 30% 이상 높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PC와 같은 전자업체의 주력 제품들도 한국 판매가가 미국 판매가보다 20~3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에서 파는 3D TV의 경우 부가세가 별도"라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제품과 무상 설치비를 감안하면 오히려 국내 제품이 싸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의견은 다르다. 모 유통업체 K사장은 "전자업체들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제품이나 액세서리는 원가가 판매가보다 많이 낮다"며 "서비스 제품을 준다고 해도 실제 전자업체는 별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3D 안경업계에 따르면 판매가격 10만원이 넘는 3D 안경의 제조 원가는 2만~3만원선이다.

미국 업체들은 자국 시장과 해외 시장의 가격 차이를 크게 두지 않는 게 보통이다. 애플이 대표적인 사례다. 환율 변동에 따른 효과를 제외하면, 애플은 자국 소비자들에게 더 싼 값에 제품을 내놓은 경우가 많다. 애플의 태블릿 PC 아이패드(16Gb)의 경우 한국 판매가는 50만원이지만 미국 판매가는 399달러(43만2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