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의 자동차 업체인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세계 1위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손잡고 차세대 텔레매틱스(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 서비스를 공동 개발한다고 선언했다. 자동차 부품 가운데 IT·전자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두 회사의 제휴는 텔레매틱스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스티브 발머 회장(왼쪽)과 도요타 자동차의 아키오 도요다 회장이 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시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은 뒤, 화상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차세대 승부처로 '친환경차'와 '텔레매틱스'를 꼽는다. 오염 배출을 줄이면서 연비는 높이는 친환경차 개발과, 운전자에게 최적의 운전 정보를 제공하는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승부의 관건으로 보는 것이다. 도요타와 MS의 제휴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과 IT업체 간의 합종연횡을 통한 '텔레매틱스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1200만달러 들여 공동개발

도요타와 MS는 6일(현지시각) 화상(비디오콘퍼런스)으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1200만달러를 들여 클라우드 컴퓨팅(인터넷 소프트웨어 저장 및 관리 서비스) 플랫폼을 활용한 텔레매틱스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MS 스티브 발머(Ballmer) 회장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아키오 도요다(豊田章男) 회장은 "도요타 고객은 휴대폰이나 PC에서 자동차를 애플리케이션처럼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오는 2015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아주르(Azure)'에 기반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전 세계 고객들에게 GPS(위성위치정보시스템)와 멀티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서비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관리 매뉴얼 등을 인터넷으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전기료가 가장 저렴한 시간에 전기차를 충전시키고 자동차에 탑재된 컴퓨터를 통해 집에 도착하기 전에 냉난방을 켜는 서비스 등도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블루온, 미국 GM은 온스타로 맞대응

텔레매틱스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차량IT융합산업협회는 2007년 2억7000만달러(한화 약 3240억원) 수준이던 국내 텔레매틱스 시장이 내년에는 4억2000만달러(한화 약 5040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자동차업체와 IT업체 간의 제휴도 활발하다. 세계 2의 자동차회사인 미국 GM모토로라온스타(On-Star)라는 합작회사를 통해 GP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M은 또 구글과 '스마트 카' 개발 제휴를 맺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이치텔레콤과 합작해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포드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음성인식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싱크(SYNC)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08년 MS와 함께 1억6600만달러(약 1900억원)를 들여 차세대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및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토대로 현대차는 MS와 함께 글로벌 텔레매틱스 브랜드인 '블루링크'를 개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1 전자박람회에서 공개했다.

현대차는 블루링크를 통해 뉴스 수신·주식투자·전자상거래·금융거래·호텔예약·팩시밀리 송수신·게임·차량 사고 및 도난 예방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운전자와 대화 가능한 차도 나올 것"

텔레매틱스의 응용 범위는 광범위하다. 이메일이나 인터넷 등 업무뿐 아니라 도로·교통 정보를 활용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운전을 통해 연비 향상을 유도하는 서비스도 있다. 교차로에 진입하는 모든 차량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 안전 거리를 확보하도록 하는 기능도 있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 박용성 박사는 "조만간 운전자와 대화가 가능한 차도 나올 것"이라면서 "100억원을 들여 운전자에게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운전을 유도하는 '그린 드라이브 스마트 제어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GM·메르세데스-벤츠·도요타·혼다 등 자동차 업체와 삼성전자·LG전자·노키아 등 11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해 기술 표준화를 공동 연구하는 '카 커넥티비티 협회(Car Connectivity Consortium)'의 창립 멤버로 참여한다고 7일 밝혔다.

☞텔레매틱스

텔레커뮤니케이션(tele-communication)과 인포매틱스(informatics)의 합성어. 자동차 안에서 인터넷 등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이메일 등 각종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운전자가 원격으로 차량을 진단하고 차량에 장착된 PC로 교통·생활·긴급구난 등 각종 정보를 이용할 수도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각종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개인 컴퓨터에 저장하는 대신 인터넷 서버컴퓨터에 올려두고 필요할 때마다 접속해 사용하는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