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가 1억6000만원인데 전세금은 1억2000만원까지 올랐습니다. 전세 구하러 왔다가 대출 좀 더 받아서 아예 집을 사는 사람들도 많아요.”(오산시 B 부동산중개업소 대표)

수도권 아파트 전세금이 치솟아 매매가격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지역에서는 차라리 집을 사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세금이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늘고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도 덩달아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원장안 STX칸' 모델하우스 내부, 전세금이 상승하면서 수도권 남부 지역의 전세수요가 매매, 분양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 오산·의왕·수원 등 수도권 남부 전세가율 50% 넘어

5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 1번지에 따르면 4월 초 기준 경기도와 신도시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각각 46.16%와 46.52%로 조사됐다. 전세난이 심화했던 작년 9월말과 비교하면 각각 3.29%포인트와 4.30%포인트 상승한 것.

특히 평촌·산본 등 신도시와 오산·의왕·안양·광명·군포 등 경기도 남부지역의 경우 5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촌신도시는 53.53%, 산본신도시 54.26%, 오산시 54.70%, 의왕시 52.20%, 수원시 52.8% 등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경기도 오산시 주공아파트 1단지 79㎡ 아파트 전세금은 1억1000만~1억2000만원가량으로 매매가(1억6000만원)의 68~75% 수준까지 올랐다.

오산시 부동산뉴스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면서 기존 세입자들을 중심으로 집을 사버리는 경우도 많다”며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신혼부부들이 전세를 구하다 매매로 생각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차라리 집 사자’..아파트 거래량 증가, 집값 상승

매매 전환 수요가 늘면서 아파트 거래량도 늘어나고 있다. 국토해양부 온나라부동산포털 자료에 따르면 오산시의 경우 지난 9월 296건이던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 2월에는 407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수원시도 1000건 안팎이었던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12월에는 2000건을 넘어섰으며 올해 2월에도 1875건이 거래됐다.

광명시 역시 같은 기간 277건에서 779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 12월에는 1183건으로 최근 1년간 거래량이 가장 많았으며 분당과 평촌 등 경기 남부권 신도시도 같은 기간 거래량이 2~2.5배 증가했다.

거래량이 늘면서 아파트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수원시 정자동 벽산아파트 80㎡ 안팎 중소형아파트는 지난해 10월부터 가격이 올라 현재 2억3000만원가량이다. 5개월 사이 2000만~3000만원 정도 오른 셈이다.

수원시 장안구 황금돼지 공인중개사 채수관 대표는 “산본ㆍ안양ㆍ평촌 등에서 이주하는 사람들로 전세금이 많이 올랐고 상대적으로 싼 아파트들이 거래되면서 매매가도 뛰었다”고 설명했다.

◆ 건설사도 ‘화색’..미분양 빠르게 소진

전세난이 심각했던 지역은 신규 분양 시장도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향후에도 전세금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심리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분양을 시작한 수원시 장안구 장안동 ‘STX 칸’은 지난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 한 달 동안 약 400여 가구가 팔렸다. SK건설의 수원 ‘SK SKY 뷰’도 지난해 12월부터 넉 달간 900여 가구가 계약됐다.

STX건설의 최성우 과장은 “전세금이 많이 오르면서 실수요자 위주로 분양을 받으려는 사람이 많다”며 “중소형은 물론 대형아파트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의 김규정 본부장은 “수도권 남부 지역의 경우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태에서 거래량이 늘고 집값이 오른 것으로 볼 때 실제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되는 수요가 꽤 많았다고 볼 수 있다”며 “전세금 비율이 60% 이상 올라가면 이런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