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인 조건상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국내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하지만 또 다른 이웃 중국은 사정이 다르다. 중국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면 편서풍을 타고 그대로 우리나라에 닥칠 수 있다. 중국이 지진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잇따라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중국의 고질적인 부정부패가 원전 건설 과정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중국 원전에 천재(天災)와 인재(人災)의 '이중(二重) 쓰나미'가 들이닥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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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취약지대로 원전 이동 중

중국은 현재 13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다. 모두 경제 중심지인 동남해안지대에 집중돼 있다. 건설 중인 원전은 27기로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의 41%를 차지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박원종 박사팀은 2009년 중국 중서부에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이동하는 모의 상황을 분석했다. 여기서 중국 원전사고 사흘 만에 제주도를 포함한 우리나라 전역이 방사성 물질로 뒤덮이는 것으로 나왔다.

실제 중국 원전이 주로 들어서 있는 중국 동남해안은 안전기술원이 가정한 장소보다 우리나라에 더 가깝다. 기상청 김승배 대변인은 "황사가 중국 중서부에서 한반도까지 오는 데 2~3일 걸린다"며 "중국 동해안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경우 반나절 만에 들어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전에 들이닥칠 자연재해는 다양하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중국 원전들이 들어서 있는 동남해안지대는 지각의 판과 판이 맞부딪히는 서남부 내륙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지진 빈도가 낮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점점 내륙 쪽으로 들어가는 신설 원전들은 다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윤수 박사는 "산둥성에서 만주, 연해주로 이어지는 '탄루(Tan-Lu) 단층대(지각이 어긋나 있는 곳)'는 판의 내부이지만 판 경계부의 충돌에너지가 전해지면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설 원전들이 바로 이 탄루 단층대로 점점 가까이 가고 있다.

기존 원전들 역시 지진과 쓰나미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 박사는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 서해는 1억2000만년 전에 만들어진 분지로 지반이 연약해 판 경계부의 에너지가 전달되면 역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수심이 깊은 대만이나 일본 오키나와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수심이 낮은 서해로 바닷물이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다.

백두산 화산 폭발도 잠재적인 위험이다. 학자마자 의견이 갈리지만 백두산이 화산활동을 멈춘 사화산(死火山)이 아니라는 점에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중국이 이런 곳에 원전을 지으려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화약고 위에 미사일 부대를 두는 격이다.

중국 언론도 사고 대응력에 의문

인재(人災)도 우려된다. 중국 당국은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안전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원전 근처에 사는 일반인들은 아무런 지침도 받지 못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한양대 제무성 교수(원자력공학과)는 "일본 원전 사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초기 비상대응의 실패"라며 "중국이 원전 사고 시 대피방안 같은 기초적인 매뉴얼도 없다면 사고 대응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이 날림공사로 지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최신호에서 "2009년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 강리신 사장의 투옥은 부패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원전에 쓰인 자재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성급한 국산화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사가 개발한 신형 가압경수로 AP1000을 도입할 예정이다. AP1000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승인을 받았지만 상용 원전에 도입되는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벌써 이 원자로의 국산화 모델인 CAP1000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의 한 고위 관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증기 발생기나 밸브, 펌프 같은 핵심장비는 안전기준을 맞추지 못해 우리가 자문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