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Humansia)'가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1일 LH 고위 관계자는 "옛 주공의 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 사용을 점진적으로 줄여갈 계획"이라며 "아직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LH가 출범한 이후 내부에서 옛 주공 브랜드 사용에 대해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새로운 법인이 출범해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예전 브랜드 사용을 자제하자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휴먼시아'는 예전 주공아파트가 싸고 품질이 민간아파트보다 떨어진다는 시장의 편견을 없애기 위해 지난 2005년 주공이 이전의 '뜨란채'라는 상표를 버리고 3억원을 들여 외부 용역까지 맡기면서 만든 브랜드다. 당시 주공은 '뜨란채' 브랜드를 2년 남짓 사용하다 폐기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휴먼시아' 아파트는 2006년 이후 매년 1만5000가구(분양주택 기준) 이상 공급됐고 내부에서도 성공적인 브랜드로 평가받았다. 2008년 한 부동산 정보업체의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 조사(수도권 제외)에서 상위 10대 브랜드로 인정되기도 했다. 이런 평가를 바탕으로 옛 주공은 분양아파트에만 적용되던 '휴먼시아' 브랜드를 임대아파트 등 주공 사업 전반으로 확대했다.

그랬던 '휴먼시아'가 주공과 토공이 LH로 통합되면서 '애물단지' 신세가 된 것. 주공 시절에는 거의 모든 아파트의 입주자 모집공고에 '휴먼시아' 브랜드가 표시됐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크게 줄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LH의 아파트(임대아파트 포함)는 360여개 단지였지만 이중 '휴먼시아'로 표시된 아파트는 20여개 단지에 불과했다.

LH는 "통합 이후 '휴먼시아'의 사용 비중이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휴먼시아보다는 통합 LH를 먼저 알려야 한다는 전략적인 판단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민간 건설사의 경우 아파트 브랜드 하나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수십억원의 비용이 들어 브랜드를 쉽게 교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잘나가던 브랜드를 사장시키는 것은 회사의 대대적인 전략 변화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실제로 한 대형 건설업체가 지난 2006년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사용한 순수 광고비만 250억원에 달했다. 금호산업도 지난 2009년 아파트 브랜드 '어울림'을 대체할 브랜드 도입을 검토했다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포기하기도 했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민간기업에서 잘나가는 브랜드를 내부 문제로 갑자기 사용하지 않는 일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공기업이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