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간에 벌어지던 3D(입체영상) TV 싸움이 한·일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LG에 밀렸던 일본 업체들이 연합전선을 펴고 반격에 나섰다. 파나소닉, 히타치, 미쓰비시 등은 모두 'M-3DI'라는 새로운 3D 안경 규격을 채택하며 힘을 합쳤다. 소니는 3D 방송국을 미국에 설립하며 본격적인 콘텐츠 마케팅에 나섰다. 일본이 TV 시장 1·2위를 모두 한국에 내줬지만, TV 업계의 '신성장 동력'인 3D TV 시장에서만은 절대 밀릴 수 없다는 자세로 나오는 것이다.

◆"안경 규격 통일" 한국업체에 반격

파나소닉은 30일 3D 안경업체 엑스팬드와 손잡고 자사의 안경을 향후 'M-3DI'라는 규격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미쓰비시, 히타치, 뷰소닉, 세이코엡손 역시 안경을 이 규격으로 통일한다. 기존의 3D TV는 업체마다 안경이 제각각이었다. 예를 들어 같은 기술방식(셔터안경식)이라고 해도 삼성전자의 안경을 가지고 소니 TV를 볼 수 없다. 안경과 TV가 주고받는 전기 신호체계가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업체 간 규격이 통일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미쓰비시 3D TV용 안경으로 파나소닉 3D TV를 볼 수 있다. 파나소닉은 "TV뿐 아니라 3D 기능을 갖춘 캠코더, PC도 새 규격으로 함께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업체들의 단결은 3D TV 시장에서만은 삼성과 LG에 뒤질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TV 시장점유율 1·2위는 삼성(18.2%), LG(15.8%)였다. 일본 업체들은 대부분 제품 분야에서 1·2위를 모두 삼성·LG에 내줬다. 그나마 3D TV 시장에서 2위(소니)와 3위(파나소닉)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1위는 삼성에 내줬다. 또 4위인 LG전자는 올해 새로운 기술방식(FPR)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을 부쩍 강화하고 나섰다.

성영석 스테레오픽쳐스 사장은 "일본 전자업체들이 뭉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3D TV 시장을 지키려는 일본 업체들의 절박함이 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3D 방송국 등 콘텐츠 투자도 활발

3D 콘텐츠 분야에서도 일본 업체들이 움직이고 있다. 소니는 지난달 디지털 위성방송업체 디렉TV, 다큐멘터리 콘텐츠 업체 디스커버리 등과 손잡고 미국에 3D 방송 채널 '3-Net'을 열었다. 3-Net은 3D 콘텐츠를 공동 투자로 제작, 방송한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TV뿐 아니라 캠코더·PC까지 여러 3D 기기를 끊김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소니의 전략"이라며 "이들 기기를 즐기려면 3D 콘텐츠 확보가 필수"라고 말했다.

일본 업체들은 영화 콘텐츠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소니는 그룹 계열사인 소니픽쳐스는 물론 디즈니의 콘텐츠까지 확보했다. 파나소닉은 20세기폭스,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손을 잡았다. 두 업체는 각각 확보한 콘텐츠를 3D TV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 예를 들면 파나소닉은 '아바타'(20세기폭스 배급) DVD(블루레이)를 지난해 3D TV에 묶어 팔았다. '아바타 DVD' 마케팅은 2012년까지 파나소닉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업체들의 반격에 삼성·LG도 바쁘게 움직인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영상콘텐츠 업체 아이맥스(Imax)사의 3D 영상 다큐멘터리를 대거 확보했다. 또 미국의 유력 방송업체 컴캐스트, 타임워너케이블, HBO, MTV와도 손을 잡았다. 영화 업체 드림웍스와는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이미 영화 '슈렉'의 TV용 3D DVD 판권을 확보했다. LG전자 역시 블리자드·마이크로소프트(MS) 등 게임업체들과 손잡고 3D 게임 공동 마케팅에 나섰다.

3D 콘텐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LG가 소모적인 감정싸움은 그만두고, 세계 3D TV 시장 개척에 서로 더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