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비(非)핵심사업을 매각하며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한 뒤 중추(中樞)사업을 더 육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비핵심사업 매각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두산이다. 두산은 소비재와 음식 부문을 매각하고 중공업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10월 병마개 제조업체인 삼화왕관을 매각한 데 이어 버거킹과 KFC를 운영하는 SRS코리아도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할 계획이다. 의류 브랜드 폴로 운영권도 본사에 반납했다.

중공업 사업 중에서도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매각하기로 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중국 자회사, 지게차 사업 부문 등 동시 다발적인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게차 사업 부문은 두산인프라코어의 매출에서 10%가량을 차지하는 사업부다. 국내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지만 수익성이 낮아 매각하고, 대신 주력 분야인 건설장비와 공작기계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최근 온라인 손해보험사인 에르고다음다이렉트의 보유지분 전량을 124억원에 처분했다. 2007년에 500만2680주(409억원)를 매각한 후 4년 만에 남아 있던 201만1320주를 다 팔았다. 다음은 2003년 온라인보험업에 진출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은 인터넷 사업을 제외한 모든 비핵심사업을 정리한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바일 등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만한 사업을 발굴해야만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LS그룹 계열사인 LS엠트론도 최근 공조사업 부문을 LG전자에 1500억원에 매각했다. 2차전지 부품의 핵심 소재인 전지박과 미래 에너지 저장장치로 꼽히는 울트라 커패시터(UC)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연관성이 적은 사업부문을 떼낸 것이다. LS엠트론은 이번 매각으로 마련한 1500억원을 트랙터와 자동차 부품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솔로몬저축은행은 2007년 9월에 인수한 경기솔로몬저축은행을 3년6개월 만에 매물로 내놨다. 성병수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경기솔로몬저축은행을 매각하고, 차라리 서울 영업망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사업부문이 겹치는 자회사를 흡수하거나 합치는 내부 M&A(인수합병)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기도 한다. CJ그룹은 작년 CJ엔터테인먼트·CJ미디어·온미디어·엠넷미디어·CJ인터넷·오미디어홀딩스 등 6개 콘텐츠 관련 계열사를 하나로 합병했다. SK케미칼도 고기능성 플라스틱 원료 제조회사인 SK NJC를 흡수 합병했으며, 삼성전자도 가전부문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전계열사인 삼성광주전자를 지난 1월 흡수합병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비핵심 사업을 매각할 경우 재무구조가 좋아지고 핵심사업에 집중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매출구조가 단순화되는 만큼 핵심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핵심사업의 업황이 좋지 않을 때에는 기업 전체의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