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2006년 도입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가 시행(2006년 9월) 4년여 만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당시에 재건축을 추진했던 곳은 서울시내에만 20여개 단지, 수천 가구에 달하고 이들 아파트는 지난해부터 준공이 됐거나 차례대로 준공을 앞두고 있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재건축 세금폭탄’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국토해양부는 28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우성연립, 중랑구 묵동 정풍연립 조합에 대해 각각 8880만원, 3628만원의 재건축 부담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법 시행 이후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된 것은 전국에서 이들 단지가 처음이다. 우성연립과 정풍연립의 조합원 수는 각각 15명, 20명이어서 한 가구당 내야 하는 금액은 592만원, 181만원이다.

그래픽=조경표

◆ 재건축 부담금 4년여만에 현실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는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던 2006년에 재건축 아파트가 전체 집값을 끌어올린다고 판단한 정부가 내놓은 규제 중 하나다. 재건축을 통해 일정 금액 이상의 이익이 발생하면 정부는 이 이익을 최고 50%까지 부담금으로 환수한다.

가령 재건축 착수시점(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일)에 3억원이던 주택이 준공시점에 10억원이 됐고, 개발비용과 재건축 기간 동안의 정상적인 집값 상승분이 4억원이어서 총 3억원의 이익이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1억1500만원 정도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조합원 1인당 평균이익이 3000만원 이하이면 부담금이 면제된다.

재건축 부담금은 집값 상승률과 공사비용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국토해양부가 지난 2006년 법 도입 당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강남권의 몇몇 재건축 단지는 가구당 1억원 이상의 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제도는 2006년 9월 25일 이후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에 적용되기 때문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3930가구),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6600가구) 아파트처럼 재건축 사업 초기단계에 있거나 앞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단지는 모두 대상이다.

중랑구 외에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도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단지가 올해부터 속속 나올 전망이다.

송파구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지난해 준공된 이화연립·동양연립·해왕연립 재건축 사업장이 부담금을 내야하는지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에서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단지 중에서 신반포6차·반포우성·서초한양·방배2-6구역 등 4개 사업장이 적용 대상이고, 강남구에서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받고 사업시행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사업장이 20여개에 달한다.

◆ "재건축 부담금, 공사비용만 높이는 꼴" 지적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는 이명박 정부의 잇딴 재건축 규제 완화 대상에서도 제외된 거의 유일한 제도다. 재건축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서 임대주택 건설 등 저소득층 주거지원 사업에 쓸 재원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아파트 공사비용만 높이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행사 한호건설의 하기주 부장은 “만약 100가구 단지에서 가구당 1억원을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면 조합원들은 100억원을 더 들여 아파트 단지를 예쁘게 꾸미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공사비용은 부담금 산정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조합원 입장에서는 부담금을 납부하는 것보다 공사비용을 더 들여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게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재건축 부담금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공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 부담금은 준공일 현재 시점의 조합원이 내야 하기 때문에 사업 도중에 매입한 사람은 뜻하지 않은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 만약 재건축 부담금이 1억원인 아파트를 준공 시점에 임박해 시세대로 매입했다면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한 결과가 된다.

자산관리업체 ‘리얼티허브’의 최황수 대표는 “지금까지 재건축 아파트를 살 때 부담금을 고려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부담금이 현실화된 만큼 매매수요가 줄거나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