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주유소의 전국 평균 보통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1.09원 오른 L(리터)당 1960.24원을 기록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油價) 정보 사이트인 오피넷(www.opinet.co.kr)이 매일 집계하는 주유소 판매가격(전국 평균 보통휘발유 기준)은 작년 10월 10일 전날보다 0.11원 오른 1693.73원을 기록한 후 165일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올랐다. "주유소 갈 때마다 휘발유값이 올라 이제는 기름 넣기가 겁난다"는 운전자들 얘기가 결코 엄살이 아닌 것이다.

작년 10월 이후 석유가격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오로지 '상승! 상승!' 해온 이유를 어떻게 이해하나? 주유소들이 정유사로부터 받는 공급가격이 '도매가격'이라면 주유소 판매가격은 '소매가격'이다. 도매가격은 오르고 내리는데, 소매가격은 오르기만 하는 행태에 대한 궁금증이다.

주유소들은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제공받기 때문에 정유사에서 공급받는 가격이 주유소 판매가격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주유소들은 정유사 공급가격에다 인건비 등의 각종 경비와 마진을 더해 최종 판매가격을 매긴다.

정유사 공급가격 내려도 주유소 판매가격은 무조건 올랐다

석유공사의 오피넷에 따르면 보통휘발유의 주유소 전국 평균 가격은 작년 10월 10일 L당 1693.73원으로 전날보다 0.11원 오른 이후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올랐다. 23일에는 1960.24원까지 치솟아 165일 만에 L당 266.51원이 올랐다. 지난해 10월 이후 약 16% 오른 셈이다.

첫 번째 문제는 이 기간 동안의 가격 상승 폭(약 16%)도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주유소 판매가격이 계속 오르기만 했다는 사실이다. 정유사 공급가 즉 도매가격은 총 22주(작년 10월 둘째 주~올 3월 둘째 주) 중 14주는 올랐고, 8주는 내렸다. 그러나 주유소들은 정유사 공급가격이 내렸을 때에도 1~2주 뒤에 소비자 가격을 내리거나 동결하지 않고 계속 올리기만 했다.

정유사 공급가격 상승 폭보다 주유소 상승 폭이 훨씬 컸다

또 하나의 문제는 마진 폭에 대한 의문이다. 소비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매일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지만 주유소들은 고유가를 빌미로 싸게 구입한 기름도 더 비싸게 팔아왔다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유가가 뛰기 시작한 작년 10월 이후 가격 상승 폭을 보자. 주유소 판매가격 증가분이 정유사 공급가격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같은 기간 동안(작년 10월 10~올 3월 23일) 주유소 판매가격은 L당 266.51원 올랐고, 정유사 공급가격은 240.03원 올랐다. 주유소 판매가격 상승 폭이 L당 26.48원 더 컸다는 얘기다. 이를 2만3000여개 전국의 모든 주유소에 적용하면 1000억원이 넘는 는 큰돈이다. 다시 말해 주유소들이 국제 유가가 전반적으로 상승세인 점을 감안해 정유사 공급가격이 뛴 것 이상으로 판매가격을 더 올려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지적을 들을 만하다.

정부 "정유사·주유소 간의 불합리한 가격 연결고리 개선할 것"

주유소협회측도 판매가격을 6개월째 매일 올린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공급가격을 올릴 때는 많이 올리고, 내릴 때는 찔끔 내린다"면서 "주유소들이 공급가격이 오른 것을 한 번에 판매가에 반영시키지 못하고 나눠 적용시키다 보니 계속 판매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해명도 정유사 공급가격이 6개월 동안 국제 유가 흐름에 따라 등락(騰落)을 보인 것과 상관없이 주유소들이 판매가격을 6개월째 올리기만 한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사단법인 소비자시민모임의 석유시장감시단 이서혜 팀장은 "정유사 공급가격이 내렸을 때에도 주유소들이 판매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정책을 담당하는 지식경제부 관계자도 "지금이 고유가 상황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주유소 판매가격이 하루도 쉬지 않고 오르기만 하는 현상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 정유사·주유소의 불합리한 가격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개선 방안을 곧 내놓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 주유소 전국 평균 가격

한국석유공사가 전국의 1만2700개(21일 기준) 모든 주유소의 석유제품 판매가격을 취합해 평균을 낸 가격을 말한다. 석유공사는 전국 평균 외에 지역별, 상표별, 제품별 평균 가격을 매일 오피넷(www.opinet.co.kr)을 통해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