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과 쓰나미로 인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선 누출 사태가 또 한 번 고비를 맞고 있다. 외부 전원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1호기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24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원자로 냉각을 위해 바닷물을 집어 넣은 결과 1호기 압력용기 온도는 내려갔지만, 격납용기의 압력이 높아졌다”며 “이에 따라 주입하는 바닷물 양을 줄였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따르면 1호기 압력용기의 바깥쪽 온도는 23일 오전 6시 쯤 섭씨 400도였다가 24일 오전 5시 섭씨 243도로 내려갔다. 소방펌프를 이용해 원자로 노심에 바닷물을 투입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압력용기를 둘러싸고 있는 격납용기의 압력이 23일 오전 6시 0.250메가파스칼(MPa)에서 24일 오전 5시 0.400MPa로 치솟았다. 격납용기 설계 압력인 0.528MPa에는 못 미치지만, 더 이상 압력이 높아지면 격납용기나 압력용기 자체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바닷물 주입량을 줄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격납용기 압력은 0.385MPa로 낮아졌다.

압력용기에 물을 부었는데 이를 둘러싼 격납용기의 압력이 높아졌다면 압력용기 속의 증기가 빠져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압력용기 자체에 균열이 생긴 상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격납용기 압력은 또 다시 높아질 수 있다. 이 경우 밸브를 열어 방사성 증기를 격납용기를 외부로 방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 마다라메 하루키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23일 밤 기자회견에서 “수소폭발한 1호기의 핵연료가 용융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2호기나 3호기에 비해 위험한 상태”라며 “원자로 내부의 온도, 압력의 이상 상승이 계속돼 위험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24일 중으로 노심이 들어있는 압력용기의 증기를 방출하는 밸브를 열어 원자로의 파괴를 막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도쿄전력은 24일 오전 1∼6호기 원자로와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 등의 자동 냉각기능 회복을 위한 작업을 재개했다. 도쿄전력은 전날 오후 3호기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자 사고를 우려해 작업을 중단했으나 이날 오전 연기가 그치자 오전 8시부터 1∼4호기에 내려졌던 작업중단 명령을 해제했다.

이에 따라 전력 복구로 주제어실(MCR)의 조명이 다시 켜진 3호기는 원자로에 냉각수(정제수+붕산)를 공급하는 펌프의 시운전 준비를 시작했다. 3호기에 이어 1호기의 주제어실도 이날 오전 11시30분 조명이 켜졌고, 4호기에서도 계기를 작동시켜 주제어실을 감시할 수 있는 작업을 강구하고 있다.

전날 터빈 건물에서 시간당 500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이 관측돼 작업이 중단됐던 2호기에서도 작업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5호기는 외부전력에 의존했던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의 냉각 펌프 가동이 중단됐으나 이날 오전 복구하기로 했다.

[[Snapshot] 후쿠시마 원전 전력 복구 후 냉각 장치 재가동 시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