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요즘 5만원권 지폐를 찾느라고 진땀을 빼고 있다. 일각에서 "5만원권을 볼 수 없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5만원권이 시중에 안 보인다. 다 어디로 갔느냐"며 "지하경제 창궐에 도움을 준다. (5만원권) 발행이 실패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5만원권 문제가 불거진 건 한은이 낸 보도자료 때문이었다. 3일 한은은 "5만원권이 발행 후 1년 9개월 만에 시중에 20조1076억원어치가 풀려 1만원권(20조761억원)보다 더 많은 액수가 유통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그러자 '5만원권은 왜 보이지 않나', '불법 상속과 증여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거 아닌가'라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5만원권이 순조롭게 발행되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길 원했던 한은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반응들이 나온 것이다.

한은은 "매수로 따졌을 땐 5만원권이 4억장 풀린 데 반해, 1만원권은 20억장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당연히 5만원권이 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의혹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 국회에서까지 문제가 제기되면서 한은은 다음 달 임시국회 때까지 답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현금에 꼬리표가 붙어 있질 않아 딱부러지게 대답을 내놓기도 힘들어 한은도 난감해하고 있다. 다만 일반 상거래가 아닌 경조사비로 5만원권이 많이 활용되며 그 돈들이 은행에 고스란히 입금되는 경향이 크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또 수표처럼 자주 쓰이지 않는 대신 한 사람이 5만원권 한두 장씩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잘 나타나지 않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