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파는 제가 봐도 제조사·통신사가 주는 리베이트(판매 보조금)가 엄청납니다.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오겠어요? 결국 소비자 주머니죠."

22일 경북의 중소도시에서 휴대전화 대리점을 한다는 A(38)씨가 본지에 전화를 걸어왔다. A씨는 2009년부터 휴대폰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통신사와 제조사가 짜고 전화기 가격을 부풀린 후, 소비자에게 할인해주는 것처럼 생색을 낸다는 기사〈본지 4일자 B2면 보도〉가 100% 옳다"며 "나를 포함해 모든 판매 대리점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고백했다.

"보조금 30만원은 기본… 스마트폰 제값 주고 사면 바보"

A씨는 "출고가 90만원짜리 스마트폰은 실상 60만~70만원짜리라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근거는 이렇다. 그는 일단 전화기 제조사에서 약 15만원의 보조금(판매장려금)을 받는다. 여기에 통신사 본사가 7만~8만원 정도 돈을 보태준다. 두 보조금은 항상 나오기 때문에 출고가에서 이만큼 빼야 한다는 얘기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통신사 지역본부와 지사가 각각 2만~4만원씩의 보조금을 또 준다. 이런저런 보조금을 합치면 30만원 정도가 된다. 여기에 요금할인 등 각종 할인이 보태져 소비자는 9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16만~25만원 정도에 산다.

이렇게 많이 깎아주고도 남는 게 있을까. 비결은 요금제에 있다. 통신사들은 스마트폰 할인의 대가로 4만5000원 이상의 고가(高價) 요금제에 2년간 가입하도록 의무화한다. 2년이 지나면 통신사들은 할인금액을 뽑고도 남는다.

A씨는 "월말이면 목표실적을 맞추기 위해 보조금이 더 올라간다"며 "보조금을 줄이고 애초에 출고가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전화기 가격을 싸게 매기는 것과 보조금으로 할인해주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A씨는 "보조금은 지역·시기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지역에 따라 같은 모델의 판매 가격이 10만원 넘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통신사가 특정 지역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보조금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칼 빼든 정부, 보조금 거품 없앨까

보조금의 또 다른 문제는 소비자가 그 규모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각 회사는 보조금을 대외비로 분류한다. 소비자는 어디에 가면 얼마를 어떻게 할인받을 수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 A씨는 "일부 판매점에서는 본사에서 공짜로 받은 전화기를 30만원 넘게 받고 팔기도 한다"며 "사실상 사기에 가깝지만 소비자는 알 방법이 없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부터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스마트폰 제조사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시작했다. 제조사 관계자는 "공정위가 휴대전화 공급물량, 출고가, 시장판매가에 대한 자료를 받아갔다"며 "휴대전화 출고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고 했다. 공정위는 제조사와 통신사 임원을 불러 '출고가 부풀리기' 등 부당행위가 있었는지, 제조사와 통신사들 사이에 가격담합이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지난 3일부터 기획재정부,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통신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