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동북부 미시간호 연안의 대도시 시카고.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시카고거리(avenue)를 걷다보면 8층짜리 건물이 하나 나온다. 건물 앞 1층 안내판에는 그루폰(Groupon)이라는 회사로고가 보였다. 이 곳은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 기업 그루폰의 본사. 건물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내리자 축구장 만한 크기(약 1900평)의 탁 트인 사무실이 나왔다.

사무실 곳곳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470’이라는 숫자가 나오고 있었다. 470은 현재 고객에게 걸려온 전화통수. 헤드폰을 쓰고 전화를 받는 직원들의 모습은 마치 대형 콜센터를 연상시켰다. 학생 같은 앳딘 얼굴의 직원들은 쉴새 없이 모니터를 보면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캘시 오닐 그루폰 홍보책임자는 “본사에서 근무하는 4000명의 직원중 75%가 고객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직원 평균연령은 25세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소셜커머스의 역사를 쓰고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루폰이 본사를 해외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그루폰 본사 건물.

◆최단기 10억달러 매출 달성 기업…구글도 손에 못넣어

그루폰은 지난 2008년 11월 창업, 소셜커머스 사업을 세계 최초로 시카고에서 시작했다. 음식·건강·운동·미용 등의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그루폰의 회원수는 현재 6000만명에 달한다. 소셜커머스 인기를 타고 2009년 매출은 3300만달러(약 370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매출이 7억6000만달러(약 8300억원)로 껑충 뛰었다. 앤드류 메이슨 그루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올해는 판매 상품수를 늘려 10억달러 매출을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브스는 그루폰이 세계에서 가장 성장속도가 빠른 기업이라고 평가하며, 최단기에 10억달러 매출 달성이 예상된다고 했다.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 기업 미국 그루폰 본사 직원들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그루폰 직원의 평균연령은 25세에 불과하다.

그루폰은 회사의 성장세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의 인수제안을 거절해 화제가 됐다. 당시 구글이 제시했던 금액은 60억달러(약 6조7000억원). 이날 회사에서 만난 그루폰 직원들은 “유명 대기업을 그만두고 그루폰에서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직원들이 많다”며 “실리콘밸리 아닌 곳에서도 세계적 IT기업으로 성장한 그루폰에 다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협동·개방이 원칙…직원끼리 낙서로 의견 주고받아

그루폰을 창업한 앤드류 메이슨 CEO의 올해 나이는 31세. 그는 펜실베니아 출신으로 메이슨은 15세의 나이에 빵 배달을 하면서 사업의 꿈을 키웠다. 시카고에 있는 노스웨스턴대에서 음악을 전공했고, 대학 졸업 후 인터넷 기술업체 더포인트(The point)를 창업했다. 더포인트는 그루폰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기초기술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 기업 미국 그루폰 본사 직원들이 책상 위에 놓인 모니터를 보며 일을 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파란색 공모양의 의자 위에 앉아 근무한다.

그루폰이 회사를 운영하는 가장 큰 원칙은 ‘개방’과 ‘협동’. 사무실 내에 어떤 곳에도 비밀공간은 없다. 회의실은 투명유리로 둘러 쌓여있어 밖에서도 무엇을 하는지 볼 수 있고, 책상에도 칸막이가 없다. CEO부터 말단 사원까지 일렬로 나란히 앉아 함께 일한다. 업무 특성상 팀워크가 중요한 경우가 많기에 평소부터 ‘우리는 하나’(We are together)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사무실 곳곳에는 낙서판이 비치돼 있었다. 이 낙서판에는 직원들 스스로가 낸 사업아이디어가 적혀있고 이에 대한 의견을 다른 직원들이 적어 실제 사업에 반영한다. 이날 한 직원이 먹어보고 맛있다는 평가를 한 컵케이크는 당장 내일 판매할 상품목록에 올라갔다.

◆전 세계 44개국에 서비스…한국에도 상륙

그루폰은 미국·캐나다 등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다가 지난해부터 해외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서비스지역이 2009년 30개 도시에서 지난해는 565개 도시로 대폭 늘었다. 해외매출은 전체 매출의 3분의 1수준. 그루폰은 유럽과 남미는 물론 싱가포르,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중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그루폰은 현지 소셜커머스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국내기업 M&A 대신 올해 초 그루폰코리아라는 법인을 직접 설립하고 100명 이상의 직원채용을 하면서 서비스 준비를 진행해왔다. 14일부터 한국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는 그루폰의 국내 진출 소식에 긴장하고 있다.

국내 1위 소셜커머스 기업 티켓몬스터 신현성 사장은 “그루폰이 유명세 때문에 관심을 받는건 사실이지만, 이미 탄탄한 고객기반을 가진 국내기업들도 그루폰에 맞서는 전략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