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환당국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2009년부터 2년간 약 860억달러 이상을 시장 개입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미국 재무부가 밝혔다.

미 재무부는 4일(현지시간) 발표한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당국이 2009년 이후 외환시장에 개입한 규모가 같은 기간 외환보유고 증가액(86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이같이 추정했다.

재무부는 IMF(국제통화기금) 자료를 인용해 지난 2009년 2월 파생상품 시장에서 111억달러 순매도였던 한국 외환당국의 원화 대비 외화매입포지션이 지난해 12월에는 524억달러 순매수로 전환했다는 점을 지적, 한국의 시장개입 규모를 이같이 추정했다.

재무부는 한국 외환당국 정책스탠스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시장 결정적인(market-determined) 환율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원화 환율 변동폭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외환당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화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강하게 시장에 개입했으나, 2009년 이후에는 외화 유입에 따른 원화절상 속도를 늦추기 위해 원화를 팔고 외화를 매입하는 식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게 재무부의 시각이다.

그 결과 한국 원화가치가 지난해 달러화 대비 3.6% 절상됐지만, 무역 가중치를 반영한 실질 실효 환율을 적용할 경우 0.8% 상승했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또 지난해 말 원화가치는 지난 2007년 고점 대비로는 여전히 24% 낮다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는 교역국 중 환율을 조작하고 있는 국가는 없다고 밝혔지만, 일부 국가들이 환율 절상을 피하기 위해 자본 통제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과 대만 등을 거론했다. 또 "환율 유연성 확대가 필요한 국가가 중국만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미 재무부는 최근의 한국의 외환정책에 대해선 "정책 기조가 인플레에 대응하는 것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경제 회복과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흑자 반등을 고려할 때, 환율 유연성을 확대하고 개입을 줄일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시장 개입 규모를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외환시장 조정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시각은 최근 정책기조에서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중국 위안화에 대해서는 "상당히 저평가돼 있고 빠른 속도로 절상돼야 하지만, 중국이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는 없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재무부는 "위안화 가치 절상을 용인하기 위한 중국의 노력이 불충분하다"며 "빠른 속도로 절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지난해 10월 발표 예정이었던 환율 보고서는 계속 미뤄지다가 이날 공개됐다. 이 보고서에는 지난해 국제 경제와 환율 동향이 반영됐으며, 일부 자료에서는 올 1월 상황도 참고됐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한편 미 재무부는 지난 1988년 이후로 1년에 두번 씩 환율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재무부는 환율을 조작한 것으로 간주되는 국가에 직접 대화를 요청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 시정을 추진한다. 중국은 지난 1994년에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