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지요', '라미안', 'e-푸른 아파트', '캐슬'
이 네 가지 중에서 '정품'은 몇 개 일까요?
경북 포항에 가면 '푸르지요' 아파트가 있습니다. 대우 건설이 지은 아파트가 아닙니다. 대우 건설의 아파트 브랜드는 '푸르지오' 인데, '오'를 '요'로 바꾼, 이른바 '짝퉁'입니다.
전북 전주의 '라미안'은 삼성물산의 '래미안'을 연상하게 하고, 서울시 중랑구 상봉동에는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을 떠올리게 하는 'e-푸른아파트'가 있습니다.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는 '캐슬'아파트도 있는데요, 절대 '롯데 캐슬'은 아닙니다.

연립주택이나 빌라의 경우에는 대형 건설사들의 아파트 브랜드 짝퉁이 넘쳐납니다. 자이빌(서울 서초구 방배동), 푸르지아(대구 조야동) 등이 대표적 예입니다. 자이 그린빌, 우리자이, e편한원룸, e편한빌 등 유사한 이름의 주택들은 셀 수도 없습니다.

지난 2000년 이후 브랜드 아파트 시대가 시작되면서 브랜드는 주택 선택 기준이 됐습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3일부터 26일까지 1460명을 대상으로 한 '2010년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및 인지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69.7%가 아파트 분양이나 기존 아파트 구매시 특정 브랜드를 선택하겠다고 답했고 90.4%는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습니다.

유사이름을 사용한 아파트들은 그럼 가격이 높을까요. 수원 '눈e부신'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24평 단일 평형으로 1억 8000만원선이며 이름이 대형브랜드와 비슷하다고 시세가 특별히 주변보다 비싸거나 하진 않고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전북 전주 라미안 아파트 인근 중개사는 "전라도 지역에서는 광진건설의 자체 브랜드로 사람들이 라미안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반 아파트들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가격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는 유사이름을 사용한 아파트와 빌라들.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특허청 산업재산과 관계자에 따르면, 아파트 이름은 부동산이기 때문에 상품으로 분류되지 않고 대신 서비스로 분류돼 서비스표로 독자적인 보호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박성준 산업재산과 과장은 "상표나 서비스표 등록시 지정상품과 지정 서비스를 정하도록 돼 있다"며 "분쟁이 생길 경우에는 유사 영역까지 포함 시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은 이러한 유사 이름 사용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대우건설과 GS건설 관계자는 공통적으로 "일일이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특별히 자사 브랜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오히려 지방에 유사브랜드가 있으면 홍보효과도 있다"며 "비슷한 이름을 보면서 원래 브랜드를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