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온스당 30%나 오르며 강세를 보였던 금값이 새해 들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값은 3주 연속 하락하며 지난해 12월 7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 1432.50달러 대비 90달러 넘게 떨어진 상태다. 과연 금값이 이제 떨어질 일만 남은건지, 아니면 잠시 쉬어가는 것일 뿐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21일(미국 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2월 선물 가격은 온스당 전날보다 5.50달러(0.4%) 하락한 134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두 달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금 가격은 그 주에 1.4% 하락했고, 연초 대비로는 5.7% 내렸다.

금값이 빠지면서 금에 투자하는 금 펀드 수익률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펀드 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 집계(21일 기준)를 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18개 금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5.57%였다. 최근 1주간 수익률도 마이너스 2.59%로, 최근 금값 하락과 대체로 궤를 같이했다. 지난해 금 펀드 1년 수익률이 14.83%였음을 감안하면 최근 금 펀드 실적은 상당히 저조하다.

금은 경제가 너무 안 좋아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질 때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전 세계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금 수요가 전만큼 많지 않다. 일단 작년 금값 상승의 일등공신이었던 유럽 재정 위기가 한풀 꺾이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인기를 끌었던 금의 매력이 다소 줄었다. 미국 경제도 주택ㆍ고용 시장이 여전히 부진하긴 하지만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미국 경제가) 올해 3~4%의 경제 성장률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호전됐다. 투자 전문지 가트먼 레터의 발행인인 데니스 가트먼은 “금값 하락이 대세인 것 같다”며 올해 금 보유량을 3분의 2가량 줄였다고 밝혔다.

최근 금값 하락이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나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은행 JP모간체이스는 21일 발표한 자산 전략 보고서에서 “금은 지난해 주요 자산 중 가장 뛰어난 수익률을 냈다”며 “금은 다른 원자재와 마찬가지로 현재 차익실현 단계에 와 있다”고 분석했다. 이 은행은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금값이 작년에 이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며 금값 약세를 오히려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JP모간체이스는 올 연말 금 예상 가격을 온스당 1500달러로 제시했는데, 장기적 관점에서 금 가격이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곳은 이 은행 말고도 상당수다.

영국의 귀금속 전문 컨설팅사인 GFMS는 지난 1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금값이 올 연말에 온스당 16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GFMS는 “상반기에는 금값이 온스당 최저 1300달러까지 내려가는 등 가격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하지만 저금리 지속과 재정 위기 재발 등의 요인이 금값을 더 밀어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에도 금값이 12월까지 온스당 14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미국의 유동성(자금) 과잉 공급과 이에 따라 지속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달러화 약세도 금값 강세 전망의 이유로 자주 제시된다. 2년 넘게 제로 수준의 초저금리를 유지해 온 연준이 장기 국채 매입을 통해 6000억달러(약 660조원)를 추가로 공급하기로 하면서 달러화 약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들고 있던 달러화가 휴짓조각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사람들은 실물자산인 금에 눈을 돌린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연준의 양적 완화 재개와 장기 금리 하락 가능성을 이유로 들며 금값이 올해 안에 온스당 1650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품투자의 대가[大家] 짐 로저스도 거들었다. 그는 지난 14일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금값 숨 고르기는 벌써 이뤄졌어야 한다”며 “10년 내내 상승했으니 금값은 아마 당분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다. “금값은 새로운 10년에는 2000달러를 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