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 값이 묘하다”는 발언과 함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휘발유 가격을 잡기 위해 국내 6개 정유사와 가스사의 담합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SK에너지(096770), GS칼텍스(005080), 에스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회사에 적게는 2~3명, 많게는 7~8명의 직원을 투입해 가격 담합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유회사들은 "가격 담합은 있을 수 없다"며 "국제유가가 급등하거나 물가가 오를 때마다 정부가 정유사들을 단골 타깃으로 삼는 것 같다"며 당혹해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석유 제품의 특성상 휘발유 값을 인하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이익을 완전히 포기해도 휘발유 값을 L당 20~30원 이상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국제원유와 연동해 불합리하다고 하지만, 이는 오류라고 지적하고 있다. 원유인 두바이유 가격과 휘발유 가격을 비교할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휘발유 가격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유사의 세전공급가는 싱가포르 현물 시장에서 정해지는 휘발유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즉 싱가포르 현물 시장에서 세계 각국의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된 국제 휘발유 가격에 환율을 곱한 후 정유사들의 공장 생산비용, 운송비용, 마케팅 비용을 합한 것이 세전 공급가다.

그런데 세전공급가에서 싱가포르 가격에 환율을 곱한 값을 제외한 나머지 가격은 L당 50~60원 뿐이다. 이 때문에 정유사가 국내 생산·운송 비용을 제외하고 모든 이익을 포기해도 L당 20~30원 밖에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휘발유의 최종 소비자 가격은 정유사의 세전공급가(약 44%)에 유류세(50%), 주유소 유통비·마진(6%) 등을 합해 최종 결정된다.

당장 20~30원을 인하한다 해도 소비자들의 정유사에 대한 불만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정유사 관계자는 "설령 공급가격을 20~30원 내린다 해도 소비자들이 이에 만족하지 않을뿐더러 정유사가 가격을 인하했는지 주유소가 인하했는지 표시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큼 휘발유 가격을 인하하려면 900~1000원가량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조정할 수 밖에 없다.

물가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기름값이 화두가 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서도 정유사들은 불만이 많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2007년에도 경질유 담합에 대한 조사를 벌여 4대 정유사에 5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대법원은 정유사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공정위로부터 7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에쓰오일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이를 돌려받았고 다른 정유사들은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공정위는 또 지난 2003년부터 6년 동안 LPG 업체들이 충전소 판매가격을 담합했다며 2009년 사상 최대 규모인 668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LPG 업체들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석유 가격에 소비자들이 민감하다는 것을 정부가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