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있는 파워로직스. 세 차례 보안시스템을 거쳐 연구실 4층에 들어서자 외부소음이 차단된 16.5㎡(5평) 남짓한 밀실들이 나타났다. 이곳은 휴대전화·노트북 등 IT기기에 사용하는 2차전지(충전이 가능한 전지)용 보호회로의 성능을 시험하는 공간이다.
무게가 10g 정도인 보호회로는 2차전지에 흐르는 전류량을 제어해 과다(過多) 충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IT기기의 폭발 가능성을 제거하고 전지의 성능 저하를 막는 부품이다. 이곳에서 지난해 만든 보호회로만 4억개로 세계 시장점유율(32%) 1위이다.
구본웅 파워로직스 연구소장은 "파워로직스는 세계 최대규모의 보호회로 생산능력(월 4000만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용 보호회로 세계 1위 비결은 '품질·가격'
파워로직스는 1997년 일본 산요·태양유전 등에서 전량 수입해쓰던 2차전지 보호회로 분야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고객사들은 "검증 안 된 국산 제품은 믿을 수 없다"며 사용을 꺼려 2000년까지 연간 매출이 100억원을 밑돌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연구개발 노력을 계속했다. 또 2006년부터 산요 등 일본업체들이 만든 전지에 문제가 생겨 대규모 리콜 사태가 터진 것도 호재(好材)였다. 당시 파워로직스 직원들은 해외고객들을 찾아다니며 공격적인 영업을 펴 일본 시장을 잠식했다.
결국 2005년 보호회로의 품질을 좌우 하는 0.1mA(밀리암페어) 이하의 미세전류 제어기술에서 일본 추월에 성공했다. 덕분에 2007년 1517억원이던 회사 매출이 1년 만에 2323억원으로 50% 넘게 늘었다.
박창순 사장은 "보호회로는 1980년대 일본 소니가 가장 먼저 개발했지만 지금은 품질에서 우리가 일본을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이면서 2차전지 생산업체인 일본 산요도 파워로직스의 제품을 쓴다. 경쟁사 대비 가격이 5% 정도 싼 것도 강점이다. 불량률도 100만개당 평균 3~4개로 낮다. 노키아·삼성·LG·애플·모토로라 등 글로벌 휴대전화 제조사들도 파워로직스의 보호회로를 사용한다.
◆노트북용 제품도 세계 1위 목표
파워로직스는 노트북·태블릿PC·MP3플레이어 등에 들어가는 보호회로도 생산한다. 노트북용 제품의 경우 지난해 2000만개를 생산,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가 넘는다. HP·델·레노버·삼성·LG 등이 고객이다.
송경용 이사는 "노트북용 보호회로 시장에서 2~3년 내 세계 1위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노트북용 보호회로는 폭발위험 방지는 물론 충전시간 단축과 전지 제어 기능도 들어가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박창순 사장은 "R&D 역량 강화를 위해 현재 전체 직원의 30% 수준인 연구원 수를 72명에서 올 연말까지 80명으로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