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돼지 등의 전염병인 구제역(口蹄疫)으로 살(殺)처분 된 가축 94만여 마리를 땅에 파묻으면서, 토양·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돼지 1500마리를 국유림에 매몰한 강원 원주에서는 지난 4일 가축의 피가 넘쳐 인근 도로로 흘러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 파주에서는 매장된 가축에서 피가 새어나와 인근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에까지 스며들기도 했다. 부실한 매몰 작업으로 매몰 직후 침출수가 새어나올 경우 구제역 바이러스가 추가 확산 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는다. 김순재 건국대 교수는 "가축이 부패하면 구제역 바이러스도 자연스럽게 죽지만, 초기 관리 실패로 침출수가 새면 구제역 추가 감염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이 매몰 작업에만 급급한 나머지 침출수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침출수를 담을 저류조가 부족해 매몰 작업 초기에 가축을 그냥 묻었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가축 매몰 작업은 해당 지역 지자체 공무원들만 수행할 수 있는데 살처분 가축 수가 워낙 많아 침출수 관리까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방역 당국은 살처분한 가축들을 매장하면서 토양·지하수 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매장 직후 가축에게서 흘러나온 침출수가 지표면으로 뿜어져 나오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는데, 이는 구제역 소독제인 생석회가 물과 닿아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은해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은 "환경오염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매몰된 가축에게서 나오는 침출수 양은 미미한 편"이라며 "생석회 때문에 발생하는 초기 침출수 분출 현상도 3~6일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가축을 매몰한 인근 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덜기 위해 80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상수도를 추가 보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