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제공

뫼비우스 띠는 안팎의 구별이 없는 곡면으로, 1858년 독일의 수학자 뫼비우스가 발견했다. 뫼비우스의 띠는 일상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종이를 띠 모양으로 자른 후 띠의 양 끝을 한 번 꼬아 붙이면 된다. 무한대(∞)를 뜻하는 수학 기호를 낳은 뫼비우스의 띠는 각종 기계의 벨트, 프린터의 리본, 롤러코스터 등의 형태로 우리 생활에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하지만 분자의 세계에서 뫼비우스의 띠를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극미의 세계에서 '뫼비우스의 띠'를 만들어내는 데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미국 버클리대학 장 시앙 교수팀은 나노(10억분의 1m) 크기의 '메타물질'에 전자기장을 걸어, 인공적으로 뫼비우스의 띠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메타물질이란 금속이나 실리콘 등을 극소의 입자로 만들어 원하는 형태로 배열해 만든 일종의 인공분자. 원소주기율표에 존재하는 자연의 원소들은 분자구조를 바꾸기가 매우 어렵지만, 메타물질은 배열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장 시앙 교수팀은 마름로꼴로 된 메타물질을 여럿 이어붙인 뒤 여기에 전자기장을 걸어 비트는 방법으로 뫼비우스의 띠 모양을 만들어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피지컬 리뷰 레터스' 최신호에 실었다. 지난 10월에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팀이 나선형 구조인 DNA를 마치 종이를 접어 붙이듯 조작해 'DNA 뫼비우스 띠'를 만드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화여대 물리학과 우정원 교수는 "자연원소의 분자들만 갖고는 다양한 분자구조물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분자크기 세계에서 뫼비우스 띠와 같은 인위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훨씬 다양한 형태의 분자구조물 혹은 마이크로 기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레고 블록처럼 블록 하나하나의 형태와 구조가 다양할수록 이를 쌓아올려 만들 수 있는 구조물의 가짓수도 더 늘어나는 원리와 같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