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경기도 일산의 GM대우 북일산 영업소. 3층 건물에 매장 면적 400㎡(약 120평) 규모로, 최근에 새로 만들어졌다. 건물 3층 외벽의 왼쪽에는 시보레 고유의 십자 마크와 영문 ‘CHEVROLET’가 흰 천으로 가려져 있고, 오른쪽에 ‘GM DAEWOO’ 마크가 임시로 그려져 있다. 내부 매장은 노란색과 회색을 상징색으로 꾸며져 있고, 수입차 매장처럼 리셉션 데스크와 고급 소파로 된 응접실, 유리로 칸을 막아놓은 상담실 등이 특징이다.

시보레로 간판을 바꿔 달고 인테리어도 뜯어고친 GM대우 북일산 영업소 모습. 건물 외벽 왼쪽의 시보레 십자가 마크와 ‘CHEVROLET’ 영문 로고가 흰 비닐로 가려져 있다.

GM대우의 지역 딜러중 한 곳인 삼화모터스가 운영하는 이 영업소의 관계자는 “내년 3월 시보레 영업소로 가기 전에 GM대우가 지정한 시보레 영업소 설치 매뉴얼에 따라 미리 매장 준비를 마쳐 놓은 것”이라며 “전시장의 GM대우 간판은 모두 비닐로 된 임시간판이기 때문에 이를 떼어버리고 시보레 간판만 노출시키면, 지금 당장 시보레 영업소로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경기도 수원의 GM대우 수원중앙 영업소 역시 북일산 영업소와 똑같은 스타일로 매장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이 영업소는 지난 16일 시보레 영업소 개점 행사를 가졌지만, GM대우 본사에서 내년 3월 시보레 브랜드 공개시점까지 시보레 간판을 노출시키지 말아 달라는 요청에 따라 시보레 간판 위에 GM대우 임시 간판을 붙여 놓았다.

시보레로 간판을 바꿔 달고 인테리어도 뜯어고친 GM대우 북일산 영업소 건물의 정면. 건물 외벽 왼쪽의 시보레 십자가 마크와 ‘CHEVROLET’ 영문 로고가 흰 비닐로 가려져 있다.

GM대우가 내년 3월 GM대우 브랜드의 시보레 브랜드 전환을 앞두고 시보레 매장 준비를 이미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공개된 GM대우의 시보레 브랜드 전환 세부계획에 따르면, GM대우는 이미 수원·일산·부산 등에 3곳의 지역딜러들에게 시보레 시범영업소를 미리 만들어줄 것으로 요청했고, 이에 따라 각 지역딜러들은 GM대우가 만든 시보레 영업소 매뉴얼에 따라 이달 들어 모두 시보레 영업소를 완성했다. GM대우의 영남지역 판매대행업체인 대한모터스 관계자는 “부산 연제 영업소를 부산의 시보레 거점영업소로 만들어 이달 말 문을 열 예정이고, 이외에도 1월까지 일부 영업소를 시보레 영업소로 내외관을 뜯어고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보레로 간판을 바꿔 달고 인테리어도 뜯어고친 GM대우 북일산 영업소의 내부. GM대우가 만든 시보레영업소 매뉴얼에 맞게 내부를 노란색과 회색톤으로 꾸미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의자와 테이블 등을 마련해 놓았다.

GM대우의 세부계획에 따르면, 시보레 브랜드 전환이 공식 선포되는 내년 3월까지 GM대우 전체 영업소 290개의 40~50%를 시보레 영업소로 바꾸고, 이후 내년 말까지 전국의 모든 영업소를 시보레 간판으로 바꾸고 인테리어도 리노베이션한다. GM대우 김성수 상무는 “현재 시보레 매장으로 바꾸기 위한 영업소 개보수 작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내년 1월 안에 시보레 브랜드 전환에 대한 공식 발표를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북일산 시보레 영업소의 입구 모습. 전체적으로 회색톤으로 꾸며져 있으며, 수입차처럼 입구에 안내데스크를 마련해 놓았다.

또 GM대우는 각 지역별로 수입차 매장 수준인 전시면적 400㎡ 이상의 허브(Hub·중심축) 매장을 반드시 만들고, 전시면적 230㎡(약 70평) 규모의 스포크(Spoke·바큇살) 매장, 170㎡(약 50평) 규모의 새틀라이트(Satellite·위성) 매장으로 나눠 지역에 따라 규모를 맞추기로 했다.

또 라세티 프리미어와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경우, 내년 3월 시보레 브랜드 전환 이후에도 당분간 GM대우 브랜드를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시보레 브랜드 전환과 동시에 모든 GM대우 모델이 시보레 브랜드로 바뀌는 것이 확정적이다.

GM대우 수원중앙 영업소의 시보레 영업소 개소식. GM대우 영업소 가운데 시보레 간판을 처음 드러냈다.

GM대우는 1993년부터 대우차의 판매를 전담해왔던 대우자판과 완전 결별하고, 내수판매 지역의 절반은 지역 딜러인 아주·삼화·대한모터스가 나머지 절반은 직영으로 판매하고 있다. GM대우의 시보레 전환 전략은 영업소의 규모와 질을 키우겠다는 것으로, 소비자에게는 일부 혜택이 예상된다.

시보레 수원중앙영업소의 내부. 시보레 북일산 영업소와 내부 색상 및 디자인이 똑같다.

그러나 지역 딜러들로서는 GM대우 챠량의 대당 가격이 수입차보다 훨씬 낮고 딜러 마진도 수입차의 절반(6~7%)이기 때문에 과도한 매장 설비 투자에도 판매가 그만큼 늘지 않을 경우 부실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또 업계의 한 국내영업 고위임원은 “시보레의 브랜드 인지도가 유럽에서는 과거 대우차에도 미치지 못할만큼 저가(低價) 이미지인데, 한국에서만 고급화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특히 내년 시보레로 내놓는 신차는 여러 차종이 되지만, 그 가운데 대량 판매가 가능한 모델이 별로 없기 때문에 시보레로 바뀐다고 해서 판매가 크게 늘어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보레 수원중앙 영업소의 현재 모습. 3월 시보레 영업소 전면전환 이전에 시보레 간판을 노출시키기 말라는 GM대우 요청에 따라, 시보레 간판 위에 비닐로 GM대우 간판을 덧대 놓았다.

이로써 대우자동차가 2002년 GM에 인수된지 8년 만에 미국 대중차 브랜드 시보레에 완전히 편입됐다. GM대우의 고유 브랜드가 사라지게 되면서, GM대우는 자동차 회사 장기 생존의 2대 조건인 ‘풀라인업 신차 개발능력’과 ‘고유 브랜드’ 두개 모두를 잃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