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1890~ 1938)가 발표한 희곡 '로섬의 만능 로봇'은 로봇이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된 작품으로 유명하다. 로섬은 노동자처럼 일하는 기계, 곧 로봇을 만든다. 사람을 닮은 로봇에게 고통을 느끼는 능력을 주었는데, 화가 난 로봇들이 마침내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모조리 죽인다. 1968년 스탠리 큐브릭(1928~1999) 감독의 영화 '2001년:우주여행'에는 사람 못지않게 영리한 기계가 나온다. 우주선의 두뇌 기능을 수행하며 사람과 자연언어로 대화하는 이 컴퓨터는 끝내 우주선의 승무원을 살해한다. 1999년 부활절 주말에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매트릭스'의 무대는 2199년 인공지능 기계와 인류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다. 인공지능 컴퓨터들은 인류를 정복해 인간을 자신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노예로 삼는다. 땅속 깊은 곳에서 사람들은 매트릭스 컴퓨터의 배터리로 사육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은 오로지 기계를 위해 태어나며 생명이 유지되고 이용될 따름이다.

소설과 영화 속에서 인간에게 공포를 안겨준 로봇이 현실세계에서 사람을 해친 사건이 발생했다. 1979년 미국 공장의 조립라인에서 우발적 사고로 로봇에 의해 사람이 죽게 된 것이다. 29세에 요절한 이 노동자는 로봇에 의해 살해된 최초의 인간으로 기록되었다. 이 로봇은 1942년 미국 과학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1920~1992)가 제안한 '로봇공학의 3대 법칙'을 위반한 셈이다. 로봇공학 3대 법칙은 다음과 같다. ① 로봇은 인간에게 해로운 행동을 하지 않으며, 인간이 해를 당하는 것을 그냥 지켜봐서는 안 된다. ② 로봇은 첫 번째 법칙에 어긋나는 경우가 아니면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③ 로봇은 첫 번째 법칙과 두 번째 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아시모프의 로봇공학 3대 법칙을 지킬 줄 아는 로봇은 일종의 윤리적 감각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로봇은 사람처럼 목표지향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목표에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의 가치를 판단하는 능력을 가진 '윤리적 로봇(ethical robot)'인 셈이다. 2000년 로봇의 윤리적 기능을 연구하는 분야는 '기계 윤리(machine ethics)'라고 명명되었다. 기계 윤리는 로봇에게 인간과 상호작용하면서 지켜야 하는 윤리적 원칙을 부여하는 연구이다. 이를 테면 사람과 로봇 모두에게 이로운 행동을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로봇공학과 윤리학이 융합한 학문이다.

기계 윤리를 주도하는 인물은 미국 하트퍼드대 컴퓨터 과학자 마이클 앤더슨과 코네티컷대 철학자 수전 앤더슨이다. 이들은 2004년 윤리적 원칙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로봇에 집어넣을 것을 제안했다. 2005년에는 기계 윤리에 대한 최초의 국제 심포지엄을 주관했다. 이들의 주장은 나오(Nao)에 의해 실현 가능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2010년 프랑스 회사가 개발한 나오는 윤리적 원칙이 프로그램으로 들어있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다. 최초의 윤리적 로봇인 나오의 주요 임무는 환자와 대화하면서 제때 약을 먹도록 돕는 것이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10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두 사람은 "로봇이 사람보다 더 윤리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