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바섬의 머라삐(Merapi) 화산이 지난 5일 폭발, 2주일간 140여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화산 폭발은 태평양 섬나라만의 재앙은 아니다. 과거 백두산은 머라삐 화산보다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 적이 있다.

백두산은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한 후인 10세기 중반에 폭발, 그 화산재가 멀리 일본의 홋카이도와 혼슈까지 날아갔다. 당시 백두산의 화산 활동으로 분출한 화산재 양은 100~150㎦로 추정된다. 지난봄 유럽의 항공대란을 일으킨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분출량(0.11 ㎦)의 1000배나 되는 엄청난 양.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당시 전 세계 항공편의 29%가 결항됐고 항공업계 손실이 하루 2억달러에 달했다는 통계를 보면 과거 백두산 폭발의 위력을 알 수 있다.

그 이후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은 1903년. 이때의 소규모 분화를 끝으로 잠잠하던 백두산의 폭발 가능성을 제기하는 주장이 최근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백두산은 실제로 폭발할 가능성이 있을까. 또 화산 폭발을 미리 알 수는 없을까?

백두산이 화산 활동으로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면서 백두산의 지층이나 암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백두산 천지의 겨울 모습.

◆화산 폭발을 미리 알 수 있는 최고 방법은 시추

화산 폭발은 지하에 웅크리고 있던 마그마가 지상으로 분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화산 폭발의 요체는 마그마이며, 마그마의 움직임을 얼마나 정밀하게 알아내느냐가 화산 폭발을 예측하는 시스템의 핵심이다.

마그마를 관측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지진파를 발사해 마그마의 상태를 알아내는 것이다. 지진파는 액체인 마그마를 만나면 고체인 암석과 다른 진행 경로를 보인다. 이로부터 마그마의 상태를 알아낸다. 두 번째 방법은 위성 GPS(위치추적장치)와 지상의 위치 정보 측정장치를 결합한 DGPS(정밀위성지리정보시스템)로 해당 지점의 지형 변화를 읽어 내는 것이다. GPS의 오차가 통상 수 m 내외인데, DGPS의 오차는 1㎝ 안팎이다. 마그마가 부풀어 지상의 산을 올릴 때 DGPS를 사용해 땅속의 마그마 변화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위성을 사용한 또 다른 관측 도구로는 '합성영상 레이더(SAR·Synthetic Aperture Radar)'가 있다. 합성영상 레이더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마이크로파(波)를 사용한다. 인공위성에서 합성영상 레이더를 사용해 마이크로파를 지상으로 보내면 마이크로파는 지하 수 m까지 내려가 땅속 정보를 위성에 전달한다. TV보다 파장이 긴 전자기파를 사용하는 라디오 방송을 TV가 나오지 않는 지역에서도 들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마그마의 움직임을 가장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는 방법은 땅속 수 ㎞까지 뚫고 들어가서 관찰하는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윤수 박사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굴에 들어가야 하듯이 마그마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에는 땅속 정보를 직접 알아내는 시추가 가장 확실하다"고 말했다.

당시 백두산 화산재가 멀리 일본 동북 지방까지 날아가 약 5㎝의 두께로 쌓였다는 사실이 일본 지층연구로 밝혀졌다. 915년 일본 도와다 화산 폭발로 쌓인 화산재층 위에 호수 퇴적물이 덮여 있고, 그 위로 백두산 화산재가 덮여 있다. (오른쪽 사진)

일본 규슈에 있는 운젠 화산에서 1991년 용암이 분출해 1995년에는 화산활동이 멈췄다. 이후 유네스코는 운젠화산의 폭발을 예측할 수 있는 국제 연구를 10년 전부터 시추를 통해 진행 중이다. 과학자들은 운젠화산에 시추공을 뚫어 지하 2㎞까지 내렸다. 시추공으로 지하수, 암석의 온도 변화를 측정해 마그마의 움직임을 알아낸다.

◆북한 핵실험이 백두산 폭발을 촉발할 수도

백두산 화산 폭발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근거는 중국측 자료다. 중국은 지난 1999년부터 백두산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중국이 백두산을 관측한 방법은 시추보다는 지진파, DGPS, SAR 등 간접 관찰에 의존했다. 여기에 관측 시기도 10여년에 불과해 백두산 화산 활동을 예측하기는 미흡하다는 것이 국내 학계의 분석이다.

예컨대 백두산 화산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근거로 사용되는 2002~2003년의 현상들이 과거 10, 20년 전에 발생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면 이것만으로 백두산의 폭발 가능성을 제기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학계에서는 약 150억~2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시추를 10년간 수행해봐야 백두산의 화산 폭발 가능성을 제대로 논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윤수 박사는 "지금 정도의 자료로는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거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서 시작된 백두산 화산 폭발론을 정작 중국 학자들 자신도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백두산의 정확한 상태를 알려면 우선 남북이 협력해 백두산의 시추를 시작해야 한다.

다만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의 화산 활동을 촉발한다는 우려는 있다. 북한은 지난 2009년 진도 규모 4.5의 핵실험을 했다. 연세대 홍태경 교수는 "핵실험 장소와 백두산과의 거리를 고려할 경우 만약 진도 6.5 이상 규모의 핵실험을 한다면 화산 활동에 충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도 규모 4.5와 6.5는 에너지 단위로는 1000배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핵실험과 자연 지진이 맞물린다면 백두산 화산 활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