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사회의 결혼 제도는 일부일처제가 당연시되고 있다. 그러나 결혼이 반드시 배우자 상호 간의 성적(性的) 충실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혼외정사가 제2의 짝짓기 수단으로 공공연히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혼외정사는 다름 아닌 간통이다. 간통은 법률적으로는 기혼자가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성교하는 행위를 일컫지만 침실의 섹스 못지않게 전화 통화나 인터넷 전자우편 속에서도 은밀히 이루어지고 있다.

1993년 영국 맨체스터대 진화생물학자 로빈 베이커는 국제 항구인 리버풀의 혼외정사 실태를 조사한 결과 10%가량의 아이가 친부가 아닌 사내에 의해 태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열 명의 아버지 중 하나는 남의 자식을 키우면서도 자신의 핏줄이라고 속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혼외정사는 가족 모두에게 재앙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배우자의 외도를 막기 위해 중세 유럽에서는 정조대를 여자에게 채웠고, 이슬람 국가에서는 바람난 여자를 돌로 쳐 죽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아직도 형법으로 다스린다. 하지만 러브호텔과 룸살롱이 번창하는 우리 사회에서 혼외정사는 갈수록 많은 기혼 남녀를 집 밖으로 유혹하고 있다. 최근 남편(또는 아내)의 바람기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럴 법한 처방이 담긴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일반적으로 종교를 가진 부부가 그렇지 않은 쪽보다 결혼생활에 더 만족하고 바람을 덜 피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프랭크 핀챔 교수는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기도가 부부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애를 하고 있으며 기도를 한다는 대학생 83명을 대상으로 두 종류의 조사를 했다. 첫 번째 조사는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성실성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사귀고 있는 사람 이외의 상대가 접근할 때 몸과 마음이 얼마나 달아오르는지 점수로 측정했다. 아무런 관심이 없으면 0점, 완전히 얼이 빠진 상태가 되면 9점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점수가 높게 나올수록 바람을 더 많이 피웠다고 간주할 수 있다. 조사 결과 평균 점수는 3.5로 나왔다.

두 번째 조사는 사랑하는 상대와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점수로 매겨 보는 것이었다. 상대와의 관계를 가장 만족스럽게 여길 경우 최고 9점을 기록하도록 했다. 점수가 높게 나올수록 상대를 더 많이 사랑한다고 간주되었다. 조사 결과 평균 점수는 3.2로 나왔다.

두 차례의 조사 이후 4주 동안 실험 대상자들에게 날마다 연인을 위해 기도하거나(①), 연인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거나(②), 자신의 일과를 반성하는(③) 행동 중에서 하나를 임의로 골라 실천하도록 했다. 4주 뒤에 다시 두 종류의 조사를 똑같이 했는데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먼저 첫 번째 조사의 경우 ①은 2.4, ②와 ③은 3.9로 나왔다. 연인을 위해 기도한 경우 점수(2.4)는 그렇지 않은 경우(3.9)보다 낮을 뿐 아니라 4주 전 점수(3.5)보다 훨씬 낮았다. 단순한 기도 행위만으로 바람을 피울 가능성이 훨씬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조사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인성과 사회심리학 저널(JPSP)' 온라인 판 8월 16일자에 실린 보고서는 기도를 함께 하는 부부일수록 혼외정사를 할 가능성이 작아진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