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당 1만원 이상까지 치솟고 있는 배추값을 잡으려고 정부가 중국산 배추를 긴급 수입키로 했다. 수입가격을 낮추기 위해 연말까지 관세도 매기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농수산물유통공사를 통해 이달 중에 배추 100t(약 5만 포기)과 무 50t을 들여올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이 같은 정부대책과는 별도로 민간 유통업체 중에선 롯데마트가 중국산 배추 100t을 수입해 8일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공급량 부족으로 배추값이 계속 치솟자 서울 시내 한 음식점이 1일 ‘김치 추가 2000원’이라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하지만, 정부와 롯데마트가 들여오기로 한 배추 200t은 당분간 배추값을 안정시키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물량이다.

예년과 비교할 때, 이달 초부터 중순까지 부족한 배추 물량이 1만t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 이후 김장철을 거쳐 연말까지는 3만t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도 정부와 롯데마트가 중국산 배추 수입물량을 크게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걱정

정부가 수입 물량을 겨우 100t으로 잡은 것은 한국의 소비자들이 국산 배추를 선호해 중국산 배추가 인기를 끌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국산의) 가격이 싸도 소비자들이 외면할 수 있다"면서 "일단 100t을 들여와 시장 상황을 본 뒤에 수입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지난 2005년 중국산 김치의 기생충 알 파동을 겪은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우리 국민들 사이에 여전히 중국산 배추의 위생문제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남아있어 이번에는 중국 현지에서 잔류농약 및 기생충 검사를 하고 통관 검역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농민의 반발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0월 중순 이후 고랭지 배추의 작황이 좋아져 국내산 공급 물량이 많아질 수 있다"면서 "이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미리 중국산 배추를 많이 수입했다가 나중에 배추가격이 너무 떨어져 농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

배추값 폭등세, 10월 하순에야 진정될 듯

이에 따라 국내산 배추 공급 물량이 정상으로 회복되기 전까지는 배추 가격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달 중순까지는 배추값이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출하되지 않은 고랭지 배추 잔량(2만t)이 풀린다고 해도 연말까지 물량이 부족할 수 있다. 김정욱 농식품부 채소특작과장은 "10월 하순부터는 좀 꺾이겠지만, 11월에도 배추값은 예년보다 높은 포기당 2000원대(평년 1240원)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산 배추, 강원도 고랭지 배추와 비슷

롯데마트는 산둥성(山東省)에서 재배된 배추를 들여온다. 농수산물유통공사도 산둥성 배추를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국의 최대 채소 생산지(8937만t 규모)인 산둥성 배추는 강원도 고랭지 배추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와 거리도 가까워 신선도를 유지하기 쉽고, 물류비용도 줄일 수 있다.

롯데마트 우영문 야채팀장은 "산둥성의 웨이팡·쇼우광(壽光) 지역은 수출을 목적으로 한 채소 생산 단지여서 한국인 입맛에 맞는 배추 품종을 심어왔다"고 말했다.

품질도 국내산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유통업자들은 말한다. 올해 날씨가 좋아 속이 꽉 찼고 한 포기의 무게가 2~3㎏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산에 비해 좀 질긴 편이고 운송 과정에서 겉잎이 일부 시들 수 있다고 한다.

중국산 수입배추 가격은 현재 국내산 배추가격의 5분의 1 수준이 될 전망이다. 중국 산둥성 현지 가격은 포기당 1500원 정도지만, 롯데마트는 물류비 등을 더해 2500원 선에 판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