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하느냐, 한꺼번에 하느냐,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부동산 개발은 조금씩 단계적으로 하는 게 더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한 번에 개발했고 그 판단은 적중했죠."

경방 타임스퀘어 김담(金潭·45) 대표는 서울의 대표적인 부도심인 영등포 5만9500㎡(약 1만8000평)의 거대한 공장터를 단번에 현대식 복합 쇼핑몰(mall)로 탈바꿈시켰다. 당시 방직공장은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고 주변엔 쓰러져가는 사창가가 즐비했다. 김 대표는 '죽어가던 땅'에 건설비로만 6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어 '생명'을 불어넣었다.

김 대표가 '대단한 모험'이라는 주변의 우려를 무릅쓰고 건설한 '타임스퀘어'는, 방직사업 위주였던 경방의 사업구조를 단번에 바꿔놓았다. 작년 9월 개장한 지 딱 1년 만에 매출 1조원 돌파, 바로 흑자라는 기록도 세웠다. 옛 경성방직 공장 때는 100여 명이 일했지만 지금은 상주 근무자가 1만 명에 주변 고용 효과까지 합치면 3만5000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김담 경방 타임스퀘어 대표는“국내에 제대로 된 현대식 복합쇼핑몰을 선보였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덕분에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낸 것도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 진짜 '몰링(malling·쇼핑몰에서 쇼핑뿐 아니라 여가도 즐기는 것)'을 선보였다는 것과 서울 서남부의 모습을 확 바꿔놓았다는 평을 듣게 된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12월 '타임스퀘어'를 구상하면서 세계 각국의 유명 복합 쇼핑몰을 다 돌아다녀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 홍콩의 하버시티 등은 눈 감고도 건물 구조를 그릴 정도"라고 했다. "여름엔 덥고, 겨울에 추운 우리 실정에 맞게 가두형 몰(outer mall)과 실내형 몰(inner mall)을 잘 결합시켜 동선 폭이 16m에 달하는 등 시원하고 쾌적한 공간을 만들어 낸 것도 주효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지내기도 한 김각중(金珏中) 경방 명예회장의 차남인 그는 '재벌집 둘째아들'이란 말을 듣고 컸지만 사실 물려받을 회사는 없었다. 경방 경영은 부친이 했지만 회사의 대주주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회사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2001년 우리홈쇼핑(지금의 롯데홈쇼핑) 설립을 주도해 경영했고, 2006년 롯데그룹에 우리홈쇼핑을 매각해 꽤 많은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김 대표는 "매각 대금으로 사업 전망이 더 좋아 보이는 회사를 살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결국 경방 주식을 사들였다"고 했다.

김 대표에게 "타임스퀘어에 모두 만족하느냐"고 묻자 "새로 짓는다면 더 잘 지을 수 있겠다 싶은 게 너무 많다"면서도 "우리가 벤치마킹을 하러 갔던 홍콩·일본의 공무원들까지 우리 몰을 보고 배우겠다며 오는 걸 보면 뿌듯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타임스퀘어를 만들면서 공부한 것을 우리 사회 구도심을 바꾸는 데 활용하고 싶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의외로 을지로·종로 같은 우리나라 구도심은 개발 잠재력이 엄청난 곳"이라며, "토지 소유자가 너무 많아 어렵다고 하지만 확실히 탈바꿈시킬 수 있는 계획을 세우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합화된 건물을 만들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콩의 센트럴(Central) 같은 곳에 가보면 건물 간 동선(動線)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건물들끼리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두 건물 사이의 지하를 연결하려고 해도 그 위에 작은 도로만 하나 있어도 불가능합니다. 생각해보세요. 광화문 건물들의 지하가 연결되고, 옥상이 합쳐지면 시민의 훌륭한 휴식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그런 식으로 서울을 바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