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설계업체 넥스트칩의 김경수 사장은“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 자, 영상보안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1위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넥스트칩 제공

"기술기업이라면 연구개발비만큼은 아낌없이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마다 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결과, 국내 1위 영상보안 반도체 회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폐쇄회로TV(CCTV)·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넥스트칩의 김경수(45) 사장은 CCTV 영상처리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 소니·샤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3강 자리에 오른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 사장은 연구개발비 투자에서도 인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반도체설계업체의 특성상 '인재=회사의 경쟁력'이라는 소신 때문이다. 넥스트칩은 작년 기준으로 전체 직원의 76%가 연구직이며, 직원 1인당 연평균 급여는 5515만원으로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다. 실제 이 회사에 다니는 고참급 부장은 억대 연봉을 받는다. 김 사장은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물론,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우수 엔지니어를 지키기 위해 높은 임금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로열티(충성심)가 높아져 장기적으로 회사 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7년 설립한 넥스트칩은 CCTV 영상처리 반도체 세계 시장점유율을 작년 14%에서 올해 17%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전체 매출의 60%가 수출에서 나온다. 작년 매출 403억원, 영업이익 71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매출 520억원, 영업이익 80억원을 목표로 삼았다.

넥스트칩은 2012년 영상보안 반도체로만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김경수 사장은 "남들이 5년 만에 1000억원 회사를 만들 때 부럽기도 했지만, 천천히 가더라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장수(長壽)기업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CCTV·DVR은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는 않지만 부침이 덜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입니다. 휴대폰, 디스플레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 들어갔다면 오늘날의 넥스트칩은 없었을 것입니다."

넥스트칩은 그동안 해왔던 영상보안 반도체에 이어 터치스크린 칩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부터 삼성·LG의 TV·셋톱박스·홈시어터 등에 제품이 들어가기 시작했으며, 조만간 휴대폰과 해외 시장으로도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그동안 준비해왔던 CCTV·DVR 신제품들을 하반기에 선보일 계획이며 터치스크린 칩 사업도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2~3년 안에 매출 1000억원 돌파와 함께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를 창업한 지 이제 14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탄탄한 체력을 길렀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100년 가는 기업이 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경수 사장은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90년 대우통신에 입사했다. 2년 만에 대기업을 그만두고 나와 '사업가의 꿈'을 펼치기 위해 직접 무역회사를 차리기도 했으며, 1997년에 넥스트칩을 창업했다. 김 사장은 지난 2007년 6월 넥스트칩을 코스닥에 상장시켰고, 2008년에는 2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