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 성균관대 교수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의 가전전시회 'IFA 2010'에서는 이미 스마트 TV 전쟁이 시작됐다. LED TV와 3D TV 등 평판 TV 시장을 지배해온 삼성과 LG는 스마트폰 경쟁에서의 열세를 만회하려는 듯 스마트 TV로 선제 공세를 취했고, 구글도 이에 질세라 일본의 소니와 공동 전선을 구축해 '구글 TV'를 공개했다. 애플스티브 잡스도 때맞춰 미국 샌프란스시코에서 새로운 멀티미디어 셋톱박스인 '애플 TV'를 공개하면서 다음 타깃이 TV 시장임을 명확히 했다.

스마트폰에서 출발한 스마트 전쟁이 우리 안방으로 번지고 있다. 스마트 TV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장래에 성공할지를 예측하는 것만큼이나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제는 휴대폰이든 TV든 냉장고·세탁기 같은 백색가전이든 모든 전자제품이 단순히 하드웨어적 성능과 디자인의 우수함을 넘어서 그 기기가 담아내는 콘텐츠와 서비스로 차별화되는 스마트화가 시대의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놓쳤다가는 국내 기업들이 세계 최고의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스마트폰 전쟁에서처럼 또다시 밀릴 수 있다. 자칫 TV 껍데기만 만드는 제조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 TV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이미 서비스되는 실시간 방송이나 VOD 서비스 정도로는 차별화를 할 수 없다. 더 쉽고 편리한 사용자 환경(user interface)은 물론, 기존의 TV와 PC·휴대폰이 독립적으로는 서비스하지 못한 스마트 TV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물론 다양한 콘텐츠가 최우선이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통해 콘텐츠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다행이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하드웨어에 매진하던 삼성의 고위층이 자리를 내놓을 각오로 달려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주도하는 스마트 TV 시장을 위한 노력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될 수 있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선 중소기업과 사용자를 갑(甲)으로 모셔야 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유연성을 따라갈 수 없으며, 앱스토어에서 드러난 것처럼 사용자들에게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선 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갑으로 행세하던 지금까지의 관행을 과감히 벗어 버려야 한다.

아무리 세계 시장을 지향한다 해도 삼성과 LG가 먼저 도전할 시장은 우리나라다. 자국 시장에서 먼저 성공 모델을 보여줘야 해외 진출도 훨씬 쉬워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네트워크 인프라는 스마트 TV 시장을 활성화하기에는 아직 열악하다. 스마트 TV는 현재보다 수십 배 이상의 용량을 가진 네트워크를 요구하므로 정부가 나서서 네트워크 성능 향상과 안정화에 투자해야 한다. 통신사와 제조사가 합력해 적어도 10배 이상의 성능을 가진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스마트 TV의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스마트 TV로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있다. 우리가 IT 강국으로 거듭날 호기다. 단, 삼성과 LG가 하드웨어 중심의 틀을 과감히 깨고 변신할 때 이런 기적은 가능하다. 중소기업과 사용자들이 이러한 성공의 동반자가 된다면 더욱 가치 있는 성공으로 평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