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백화점은 언제 생겼을까.
1920년대 경성(京城)에 진출해 있던 히라타(平田·지금의 서울 충무로 1가 대연각빌딩)상점이 1926년 백화점으로 전환한 것을 우리나라 백화점의 효시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최초의 근대적 백화점은 1930년 10월 24일 서울 충무로, 지금의 신세계백화점 본점 자리에 문을 연 미쓰코시(三越)백화점 경성점으로 보는 게 정설이다.

일본 미쓰코시백화점은 1906년 이 자리에 경성출장소 격인 ‘미쓰코시 오복점(吳服店·옷감과 의류를 파는 상점)’을 개점했고, 1929년 이 오복점을 미쓰코시백화점 경성지점으로 승격시켰다. 이듬해 미쓰코시백화점 경성지점이 ‘지점’ 딱지를 떼고 미쓰코시백화점 경성점으로 독립할 수 있었던 것은 지하 1층, 지상 4층의 대규모 신관을 지어, 근대적 백화점의 위용을 갖췄기 때문이다.

일본 미쓰코시(三越)백화점 경성점<왼쪽 사진>

개점 당시 미쓰코시백화점 경성점은 대지 2410㎡(730평), 연건평 7600㎡(2300평)에 종업원 360명을 거느린, 일본 본토를 제외한 한국과 만주 지역 최대 백화점이었다.

일제(日帝)시대 경성의 상권은 크게 일본인 중심의 남촌(지금의 충무로 일대), 조선인 중심의 북촌(지금의 종로 일대) 등 둘로 나뉘었다. 미쓰코시가 남촌 상권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었으므로 초기 주요 고객은 남촌에 사는 일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북촌의 조선인 부호 손님들도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미쓰코시백화점 지하에는 유리그릇 등 주방용품, 식료품 매장, 일반 잡화 코너와 간이식당이 있었고, 1층에는 약국과 여행안내소, 선물·화장품·신발·고급 식료품 매장이 있었다. 2·3층은 남녀 맞춤복·기성복 매장, 4층은 귀금속·가구매장, 대형홀·커피숍, 대형식당, 옥상공원 등으로 구성됐다. 오늘날 백화점과 별반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이곳에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이 몰려들어 식당·커피숍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이상(李箱)의 ‘날개’, 채만식의 ‘탁류’ 등 문학작품의 배경으로도 미쓰코시백화점이 자주 등장했다. 철저한 정찰제·반품(返品) 보장·상품권 발매 등 근대적인 판매·관리 기법도 도입해 당시의 유통체제와 소비문화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당시 경제평론가 서춘(徐椿)은 1931년 ‘혜성’이라는 잡지에 “상업을 하더라도 가령 미쓰코시 같은 데를 가보십시오. 그 사람들은 많은 돈을 들여서 상품을 여러가지로, 또 많이 사다 놓고 팝니다. 그러니 상품 한두 가지나 조금씩 내놓고 파는 상점보다 손님이 많이 옵니다. 또 파는 물건뿐 아니라 설비에도 많은 돈을 들였습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미쓰코시백화점은 일본 미쓰코시가 들어와 세운 것이었고, 한국인이 세운 최초의 백화점은 1931년 서울 종로 공평동, 지금의 종로타워 자리에 들어선 화신백화점이다.

초기 귀금속 전문점으로 출발한 화신상회를 박흥식이 인수해 3층 짜리 콘크리트 건물을 지어 백화점을 열었다. 화신은 미쓰코시와 조지야(丁子屋·지금의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미나카이(三中井·옛 원호청 자리) 등 일본인 백화점들과 필적할 수 있었던 유일한 조선인 백화점이었다.

1935년 큰 화재를 당한 후, 1937년 11월 11일 지하 1층, 지상 6층의, 당시로서는 ‘초고층 건물’로 다시 문을 열기도 했다. 광복 후에도 명맥을 이어왔지만 1980년 운영회사인 화신산업과 계열회사가 모두 해체되면서 문을 닫았다. 1984년에는 건물까지 헐렸다.

미쓰코시백화점은 해방 직후 동화백화점으로 상호를 변경, 종업원 대표가 관리하다가 1962년 동방생명(지금의 삼성생명)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1963년 동방생명을 삼성그룹이 인수한 후, 그해 11월 12일 고객응모행사를 통해 신세계로 이름을 고쳤다.

지금은 롯데영플라자가 된 미도파백화점은 일제 때 조지야백화점의 후신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한국무역진흥을 위한 국산품 장려관으로 이용되다가 1971년 대농그룹이 인수해 미도파백화점이 됐다. 그러나 대농그룹이 해체되고 2002년 9월 롯데그룹에 인수돼,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의 ‘보조’ 백화점 격인 ‘영플라자’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백화점 업계 매출 순위 2위인 현대백화점은 1977년 8월 울산에서 문을 연 현대쇼핑센터(지금의 현대백화점 울산동구점)로부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본점이 개점한 것은 1985년 들어서다.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은 1979년 11월 서울 소공동에서 지금의 본점을 열면서 사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