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CEO 에릭 슈미트(Schmidt· 55) 회장이 "인터넷에서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다면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한 발언 때문에 전 세계 인터넷망이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紙) 등은 18일 "인터넷 개인 정보 수집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구글의 CEO가 인터넷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모순적(ironic)'인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IT 전문지 PC월드도 "종종 '인터넷 빅 브러더'로 취급되는 구글의 이미지와 안 맞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논란은 슈미트가 지난 주말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한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그는"모든 사람들이 모든 것을 기록하고, 알아내고, 접근할 수 있게 됐을 때 세상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지금 사회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문제에 대해 사회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릭 슈미트.

그는 개인 정보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노출되는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예측하건대, 모든 젊은이들이 성인이 되는 순간 자동으로 이름을 바꿔야만 하는 날이 올 것이다. 친구들의 SNS 페이지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일탈 행동과 결별하기 위해서 말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공간에 퍼진 정보를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말은 구글을 '인터넷의 아성'처럼 믿고 있는 네티즌을 일거에 배반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슈미트는 이전에도 인터넷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말 CNBC 인터뷰에서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면 인터넷에 올리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컴퓨터도 끄고 휴대폰도 꺼라. 주위의 인간적인 것들을 발견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구글의 사업 모델에 직접 연결된 발언이기에 이례적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말한 대로 '모든 것을 기록하고, 알아내고, 접근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구글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검색 내용, 사용 습관, 관심 분야 등을 수집해 개인 맞춤형 정보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세계 최대 검색 엔진으로 성장했다. 사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정보를 보여줘 새로운 시장을 만든 결과였다.

발언의 진의(眞意)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슈미트의 농담을 WSJ가 지나치게 진지하게 해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같은 인터뷰에서 슈미트가 "사람들은 이제 구글에 뭔가를 묻기에 앞서 구글이 알려주기를 바란다. 정보 수집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이다"라고 정보 수집의 유용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구글의 정보수집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빅브러더와치'의 딜런 샤프(Sharpe)는 슈미트의 말에 대해 "말은 매우 적절하고 옳다. 하지만 구글이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회사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