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태양 전지 등을 생산하는 경기도 광주주성엔지니어링은 김장철이 되면 전 직원에게 배추 20여 포기와 고춧가루, 마늘 등 각종 김장 재료를 보낸다. 4인 가족이 1년치 김장을 너끈히 담글 수 있는 양이다. 주성 직원들은 또 사과, 배, 미숫가루 등 풍성한 우리 농산물을 1년 내내 공짜로 지원받는다. 중소기업이지만 직원들에 대한 처우는 대기업 못지않은 곳이 바로 주성엔지니어링이다.

주성의 경쟁력은 탄탄한 기술력이다. 1995년 반도체 회사로 문을 연 주성은 LCD와 태양전지를 생산하며 발을 넓혔다. 최근에는 OLED 분야에 뛰어들어 사업 구조를 다각화했다.

매년 1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주성엔지니어링은 매출의 2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영곤 수석 부사장은 "태양전지나 LED 기술은 반도체, LCD 생산 기술의 응용"이라며 "반도체 사업에서 익힌 기술력을 태양전지와 LED 등 신사업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성장하며 올해 신규인력도 30명 넘게 채용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LED TV 등장과 조명의 LED 전환으로 또 한 번 시장의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잡월드에는 대기업 못지않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춘 중소기업들이 청년 구직자를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 광주의 반도체 설비 전문기업 주성엔지니어링의 신입사원들이 ‘한국 대표 기술기업’이라는 의미로 회사 건물 외벽에 설치된 대형 태극기 앞에서 힘차게 뛰어오르고 있다.

조선일보와 기업은행이 함께 펼치는 '청년취업 프로젝트'가 운영하는 중소기업 취업전문 무료사이트 '잡월드(jobworld.chosun.com 또는 www.ibkjob.co.kr)'에는 대기업만큼이나 탄탄한 중소기업들이 대거 등록해 청년 인재들을 흡수하고 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위기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며 투자를 늘리고, 인재를 채용하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오토바이 헬멧 제조업체 홍진HJC는 헬멧 하나로 세계 시장을 제패했다. 홍진HJC는 전 세계 48개국으로 헬멧을 수출해 매년 1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다. 한 해 세계 헬멧 시장 소비량의 20%인 150만개가 홍진 제품이다. 해외 유명 모터사이클 경주와 자동차 경주, 스노모빌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 헬멧에서도 홍진HJC 마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홍진HJC는 이미 미국과 프랑스에 각각 1개씩 법인을 세웠고 중국베트남에 생산공장을 차린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다.

안중구 사장은 "안전하고 질 좋은 헬멧을 만들기 위해 석사급 연구원을 포함한 40여명의 연구 인력이 품질 점검과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홍진HJC는 오토바이가 전력 질주할 때와 같은 공기 저항을 만들어주는 풍광 설비 실험실도 가지고 있다. 이 실험실은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세계 어느 기업에도 설치돼 있지 않은 유일무이한 설비다. 홍진은 이 실험실을 헬멧의 내구성과 통풍 연구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고품질과 안정성을 갖춘 홍진만의 브랜드는 창의적인 실험과 연구에서 나온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인터컨스텍은 일반교량과 철도 교량에서 수십개의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인터컨스텍이 독자적으로 고안한 IPC 거더(girder) 교량 공법은 2008년, 2009년 2년 연속 건설 신기술 활용실적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인터컨스텍보다 몇 배 더 큰 규모로 연구 개발에 투자하는 대기업들이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건설 기술이다. 인터컨스텍이 개발한 이 기술이 활용된 교량은 전국 2100여개에 달한다. 섬진강의 압록교, 대구의 신천대로 등 다수의 교량이 인터컨스텍의 작품이다. 인터컨스텍은 작년에만 92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인터컨스텍은 40~50년 된 교량을 교체해야 하는 노후 교량 교체 시장과 강원도 등 산악지대의 교량 시장을 공략해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네트워크 구축 전문 업체인 넷케이티아이는 주 5일 근무에 자녀 학자금도 지원한다. 스마트폰 구입비용 20만원과 월 3만원의 통신비도 지급된다. 직원들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는 10만원의 축하금이 나온다. 김성용 대표이사는 "영업을 통해 얻은 이익은 직원들에게 다 돌려준다는 것이 나의 원칙"이라며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케이티아이는 엔지니어들의 사관학교로도 불린다. 직원들의 자격증 취득이나 사외 교육을 적극적으로 장려할 뿐 아니라 직원들의 시험 응시료나 교육비도 회사에서 지원한다.

해외에서 치러지는 자격증 시험을 보러 가는 직원에게는 교통비도 지원한다. 교육을 통한 전문성은 곧 회사 성장으로 이어지고, 성장의 결과가 다시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다. 다양한 교육 기회와 복지 혜택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 높아 지난 4년간 넷케이티아이 이직률은 0%다. 김 대표는 "국내에는 대기업 못지않은 기술력과 복지제도를 갖춘 많은 중소기업이 젊은 인재를 기다리고 있다"며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구직자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