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4를 해부하면 세계 각국의 경쟁력이 보인다.'

세계 스마트폰 전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아이폰4는 미국만의 제품이 아니다. 애플이 디자인했지만 핵심 부품은 한국 등에서 조달되고, 조립은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이뤄진다. 뉴욕타임스가 6일 실리콘밸리의 마케팅리서치회사인 아이서플라이의 자료를 바탕으로 아이폰4의 공급 체인을 해부한 결과에 따르면 적어도 부품 공급 분야에선 한국 기업들이 승자다.

600달러짜리 아이폰4 한 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비는 187.51달러. 이 가운데 약 80달러가 한국 삼성전자LG전자의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기업이 아이폰4 재료비의 43%를 건져가는 셈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극찬한 아이폰4용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LG전자가 28.5달러에 공급한다. 삼성전자는 단일 기업으론 부품 공급 측면에서 아이폰4 최대 수혜 기업이다. 아이폰4에 들어가는 플래시메모리칩 27달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애플 디자인) 10.75달러, D램 메모리칩 13.8달러 등을 공급한다. 삼성전자가 아이폰4에 대항하는 갤럭시S를 내놓고 치열한 전투를 벌이면서도 공개적으로 아이폰을 공격하지 않는 이면에는 이런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여기에 삼성SDI가 공급하는 배터리 5.8달러,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중소기업인 아모텍의 휴대폰 내부 정전기 차단 부품(칩 바리스터), 인터플렉스의 연성회로기판 공급 등을 포함하면 한국산 부품의 비중은 아이폰4 재료비의 50%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뉴욕타임스는 그 밖에 독일이 인피니온과 다이얼로그를 통해 수신기 등을 16.08달러, 미국은 브로드콤·인텔·텍사스인스트루먼트를 통해 와이파이 칩, 터치스크린 컨트롤 등을 14.63달러, 일본은 AKM이 전자나침반을 0.7달러에 각각 공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이 부품들을 모아서 조립하는 팍스콘 등 중국의 조립업체들이 받는 돈은 6.54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아이폰4에 들어가는 재료비와 비교해도 3.5%에 그치는 수준이다. 아이서플라이의 아이작 왕 애널리스트는 "팍스콘의 노동집약적 모델이 지속될 수 없는 것으로 내부적으로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 자신은 한국·독일 등에 부품비용, 중국에 조립비용 등을 지불한 뒤 아이폰 한 대당 무려 360달러의 이득을 얻고 있다. 아이폰의 매출이익률이 약 60%인 셈이다. 중국의 인건비가 오르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 기업들은 원가 압박을 받아 마진율이 더 떨어지지만 막대한 이득을 내고 가격 책정 파워가 있는 애플엔 별 문제가 안된다. 제품의 가치 사슬 커브에서 브랜드와 마케팅 파워가 발휘되는 앞부분과 뒷부분에 더 많은 이익이 발생하는 이른바 '스마일 커브'를 아이폰4는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