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와이파이 비밀번호'라는 검색어를 입력하자 검색 결과가 화면 가득 나타났다. myLG070, KT_WLAN, SK 등 주요 이동통신사의 와이파이망은 물론, 맥도날드·세븐일레븐 등 유통업체 와이파이망의 비밀번호도 나타났다. 'iptime·anygate 같은 망은 주인이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은 경우 그냥 쓸 수 있다'는 글도 눈에 띄었다.

리스트에 오른 와이파이망은 대부분 개인 또는 특정 기업이 사무실이나 집에서 사용하기 위해 설치한 사설(私設) 와이파이. 사설 와이파이는 보통 비밀번호로 잠겨 있지만, 대다수 사용자가 초기에 무선공유기 설치업체들이 설정해 둔 기본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않는 탓에 누구든 쉽게 비밀번호를 알아내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

와이파이 비밀번호 관련 글은 대부분 올해 들어 작성된 것으로, 최근 관련 글이 올라오는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이처럼 와이파이존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는 이유는 스마트폰의 확산이다. 스마트폰의 핵심 서비스는 대부분 인터넷 접속을 통해 이뤄지지만, 휴대전화망(3G망)은 가격이 비싼 데다 속도도 느린 반면 와이파이는 저렴한 가격에 무제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들, 스마트폰 확산으로 와이파이존 확충 나서

이통 3사가 당초 올해 말까지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던 공용 와이파이존의 수는 KT가 2만7000곳, SK텔레콤이 1만여곳, 통합LG텔레콤이 1만1000여곳이다. 24일 현재 KT는 2만곳, SK텔레콤은 5000여곳의 와이파이존 구축을 마쳤다. 양사는 모두 9월 말까지 올해 목표치를 모두 달성한 뒤 수천여곳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주에 와이파이존 구축 계획을 발표했던 LG텔레콤도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고한 올해 목표치(1만1000곳)를 최대 50% 정도 초과 달성할 방침이다.

공용 무료 와이파이존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미국의 통신사업자 AT&T는 현지 스타벅스 매장에서 유료로 서비스 중인 와이파이를 다음 달부터 무료로 전환한다고 최근 밝혔다. AT&T는 지금까지 스타벅스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서 2시간당 3.99달러(약 4700원)씩을 받아왔다.

시장조사업체 지와이어는 지난 4월 AT&T가 구축한 2만곳을 포함, 미국의 와이파이존 수는 총 6만9000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많다. 뒤이어 중국이 3만6600개, 영국 2만6900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만4000여개로 집계되고 있지만, 연말이면 5만여개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의 와이파이존을 갖게 될 전망이다.

소비자 "값싼 와이파이 선호"… 사설 존 비밀번호까지 돌아

이통사들이 와이파이존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들이 가격이 이동통신망에 비해 훨씬 저렴한 와이파이를 원하기 때문이다. 앱스토어·안드로이드마켓 등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 장터에는 '와이파이월드'(WiFi world) 등 주위의 와이파이존을 찾아주는 응용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설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모아둔 리스트가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기도 한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이동통신사들이 본격적인 와이파이망 확충 경쟁에 나섰다. 왼쪽부터 SK텔레콤·통합LG텔레콤·KT의 와이파이존.

통신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와이파이 사용으로 수천억원대의 이익감소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스마트폰 확산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와이파이망을 얼마나 잘 갖췄느냐가 이통사 선택의 중요한 고려 요소로 부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와이파이를 통해 무선인터넷 시장을 키워 놓으면 결국은 3G망 이용도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의 계산이다.

SKT "개방", KT "보안"… LGT "SKT에만 개방?"

와이파이 전쟁의 또 다른 쟁점은 '개방' 논란이다. 와이파이 후발주자인 SK텔레콤은 자사의 와이파이존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실제 전국 5000여곳에 와이파이존을 구축하고 공통의 비밀번호인 'sktelecom'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개방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와이파이 인프라가 앞서 있는 KT 망을 함께 쓰자는 계산도 깔려 있다.

반면 KT는 와이파이가 보안에 취약하다는 점을 이유로 개방에 반대하고 있다. KT는 자사의 와이파이존에 인증 번호·데이터 암호화를 적용해 보안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속셈은 SKT 등 다른 통신업체의 무임승차를 막겠다는 것이다.

LG텔레콤 역시 와이파이존의 개방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LG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최근 회의에서는 KT 가입자의 접근은 막고 SK텔레콤 가입자의 접근은 허용하는 방안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통사들 "백화점·마트·커피숍 잡아라"

유통업체를 잡기 위한 이통사의 경쟁도 치열하다. KT는 맥도날드·스타벅스·코엑스몰·CGV 등의 유통·서비스업체를 자사의 와이파이존으로 끌어들였다. 롯데백화점 잠실점·관악점 등 일부 점포에서도 와이파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KT는 연말까지 전국의 롯데백화점과 GS계열 마트·주유소 등에 와이파이존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SK텔레콤도 롯데리아·TGIF·앤젤리너스 커피 등 멤버십 제휴사의 매장 1100여곳에 와이파이존을 구축하며 KT를 빠르게 뒤쫓고 있다. SK텔레콤은 또 23일 뚜레쥬르, 투썸플레이스, 빕스 등 CJ푸드빌이 운영하는 1000여 개 매장에 와이파이존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유통업종에서는 KT의 와이파이존으로 편입된 롯데쇼핑 대신 라이벌 회사인 신세계그룹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9월까지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전 매장에 와이파이존 설치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LG텔레콤도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와이파이존 설치를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