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한국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애플스티브 잡스 CEO의 '아이폰4' 프레젠테이션 쇼가 끝난 직후, IT업계에서는 '역시 애플'이란 찬사가 쏟아졌다. 잡스가 소개한 아이폰4의 화질·기능·크기 등이 모두 '최강의 대항마'로 꼽히던 삼성전자의 갤럭시S보다 나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 KTB투자증권 등 IT담당 애널리스트 상당수가 "삼성의 강점이던 하드웨어에서조차 삼성을 넘어섰다"고 찬사를 보냈다.

블룸버그

하지만 하루가 지난 9일부터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른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첫 타깃은 디스플레이(액정화면)였다. 잡스 CEO는 전날 아이폰4의 LCD 디스플레이를 설명하면서 '망막(網膜·retina) 디스플레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며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보다 더 선명하다"고 말했다. 수퍼AMOLED를 사용한 갤럭시S를 겨냥한 발언.

근거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얼마나 많은 점(点)이 사용되느냐를 의미하는 '해상도'였다. 아이폰4는 가로 640개, 세로 960개의 점을 이용, 480×800의 갤럭시S보다 해상도가 좋다는 것. 잡스는 "한번 망막 디스플레이를 쓰기 시작하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놀랍다"(amazing)는 표현도 수차례 썼다.

하지만 장진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교수는 "화질은 해상도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라며 "컬러·명암비·응답속도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갤럭시S의 디스플레이는 원래의 색상과 얼마나 비슷하게 표현하느냐를 나타내는 '색재현율', 밝은 정도를 표현하는 '명암비', 화면에 잔상(殘像)을 남기지 않는 정도를 나타내는 '응답속도' 등에서는 모두 아이폰4에 사용된 LCD 디스플레이보다 우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미국의 유명 IT 블로그 '가젯리뷰'는 "잡스가 '망막 디스플레이'로 사람들을 속였다"고까지 적었다. 또 다른 IT전문 블로거는 '위조 과학 용어'(pseudo scientific term)라는 말로 잡스를 비꼬았다.

잡스는 국내에서는 2006년에 상용화된 영상통화 기능도 새로운 기능인 것처럼 묘사했다. 그가 '페이스타임'(FaceTime)이라는 이름을 붙인 아이폰4의 영상통화 기능은 어디서나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경쟁 제품과 달리 무선랜이 설치된 곳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그는 "어렸을 적 만화에서 보던 일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잡스는 또 그동안 아이폰에서만 안 되던 멀티태스킹(동시에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것) 기능을 추가한 것에 대해서도 "멀티태스킹이 올바른 방식(right way)으로 된다"고 말했다. 해외의 한 노키아 관련 블로거는 "다른 회사 휴대폰은 '그른'(wrong) 방법으로 한다는 말이냐"고 적었다.

잡스가 무대에 올라가자마자 "앱스토어(애플의 응용프로그램 상점)에 22만5000개의 응용프로그램이 올라왔다"고 선언한 것도 뒷말이 많다. 경쟁 관계인 안드로이드마켓에는 6만여개의 응용프로그램이 있다. 구글측은 "수만개씩을 놓고 숫자 비교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작년 하반기 이후에는 개발자들이 똑같은 제품을 양쪽 모두에 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전부터 누적된 구식 응용프로그램의 숫자는 사실상 허수(虛數)라는 것.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자체보다는 헌것도 새것으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팔 수 있는 스티브 잡스의 카리스마가 훨씬 더 두렵다"고 말했다.